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기존 3934가구를 묶은 압구정 3구역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최고 65층, 5175가구 규모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강남구청]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에서 조합장 선거는 '압구정 대통령 선거'로 불린다. 과장된 별칭이지만 사업 규모를 보면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압구정 3구역은 현대 1∼7·10·13·14차와 대림빌라트 등 기존 3934가구를 묶은 압구정 최대 재건축 사업지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만 약 5조5610억원이다.
3구역 조합은 2018년 추진위원회 승인을 거쳐 2021년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024년 4월 임원 선거에서는 안중근 조합장이 재선임됐다. 2026년 5월에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현대건설의 제안은 기존 단지를 최고 65층, 5175가구 규모로 다시 짓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은 종착점이 아니라 본게임의 출발점이다. 시공사의 제안설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정비계획과 서울시 인허가 기준에 맞춰 통합심의를 거쳐야 하고, 구체적인 동 배치와 평형, 기반시설, 공사계획을 담은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아야 한다. 이후 감정평가와 조합원 분양신청, 관리처분계획을 거쳐야 비로소 누가 어떤 새집을 받고 얼마를 부담하는 지가 구체화된다.
차기 집행부가 마주할 첫 번째 과제는 설계다. 압구정 3구역은 한강변 길이가 길고 기존 평형과 대지지분이 다양하다. 모든 조합원이 한강 조망을 원하지만 실제 조망가치는 동과 층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초고층 랜드마크와 한강변 개방감, 조합원 권리가치, 공공보행축을 한 설계에 담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는 돈이다. 5조5610억원은 시공사가 제시한 건축 공사비다. 철거비와 설계·감리비, 금융비, 세금과 조합 운영비를 합친 총사업비는 이보다 커진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특화설계가 확대되면 금융이자와 공사비가 불어난다. 조합원에게 가장 민감한 추정분담금을 언제, 어떤 전제로 공개할 지가 집행부의 신뢰를 좌우한다.
세 번째는 투명성이다. 압구정 3구역에는 설계와 법률·회계, 전기·통신·소방, 이주·입주관리 등 수많은 계약이 뒤따른다.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해 협상을 이끌지만 사업권을 개인적으로 나눠줄 권한은 없다. 중요 계약은 예산과 입찰, 대의원회 또는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전문공사는 법정 면허와 실적을 갖춘 업체가 맡아야 한다.
차기 조합장 선거의 정확한 일정과 후보 구도는 공식 공고를 통해 확정돼야 한다. 다만 선거가 단순한 인물 대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업시행인가 목표, 공사비 통제, 분담금 공개, 조망 배정, 정보공개, 미래주거 기술에 대한 후보들의 해법을 같은 잣대로 검증해야 한다. 압구정 3구역의 새 선장은 가장 화려한 공약을 내건 사람이 아니라, 수천 명의 권리를 투명한 절차로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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