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멈춰도 협력사 거래 유지·대금 10일 내 지급…대산 1호 상생협약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첫 통합법인인 H&L어드밴스드가 협력사에 대금을 마감 후 10일 이내 지급하고, 일부 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지 않기로 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중소 협력사에 전가되지 않도록 거래 안정성과 자금 흐름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충남 서산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H&L어드밴스드 및 협력사들과 상생협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H&L어드밴스드는 HD현대케미칼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해 지난 1일 출범한 회사로 정부가 지원하는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첫 통합법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20일 대산1호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5년간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의 국내가격 변동률 제한과 공급 유지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당시 조치가 제품을 구매하는 국내 수요기업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자율협약은 통합법인에 제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거래 안정성을 보완하는 성격이다. 기업결합 시정조치와는 별도로 추진되는 것이다.

이번 협약은 사업재편에 따른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처음 체결되는 상생협약이다. 설비 유지보수와 자동화 창고 운영, 포장재 공급 등을 담당하는 협력사들의 거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당사자 간 자율적인 협의로 마련했다.

협약은 대금 지급 조건 개선과 거래 안정성 보장, 협력사의 미래 대응 역량 지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협력사 대금을 월 2회 마감한 뒤 10일 이내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수단은 현금과 현금성 결제로 하고 명절에는 대금을 조기에 지급한다. 중소 협력사의 유동성 확보와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한 조치다.

사업재편으로 일부 설비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기존 협력사와의 거래관계는 유지한다. 계속 거래해 온 협력사에 일방적인 계약해지나 거래중단을 하지 않고, 거래물량 축소 등에 따른 단가 조정 요청에도 성실히 협의한다.

협력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교육·컨설팅도 지원한다. 당장의 자금과 일감 문제뿐 아니라 사업재편 이후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할 역량도 갖추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번 협약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의 거래관행 개선과 지속가능한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관련 업계와 소통할 계획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산업 생태계는 결코 대기업 한 곳의 힘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며 "설비를 정비하고 원료를 실어 나르며 현장의 안전을 지켜온 수많은 협력업체가 함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금이 제때 제값에 지급되고 거래관계를 지켜나가는 약속이 이행될 때 비로소 신뢰가 생겨나고, 그렇게 쌓인 신뢰는 가장 강한 경쟁력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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