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의 C] 별인가 인공위성인가…구정아의 '우스모스'

  • 리움미술관 '구정아: 우스모스'展

모비우스  2026 스테인리스 스틸 95 × 505 × 800 cm 리움미술관 커미션 © KOO JEONG A 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전병철 사진리움미술관
'모비우스' 2026 스테인리스 스틸 95 × 505 × 800 cm 리움미술관 커미션 © KOO JEONG A. 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전병철 [사진=리움미술관]

밤하늘에서 별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저 어딘가 분명히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별. 반짝이는 점 하나를 발견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별인가, 인공위성인가.' 

리움미술관에서 5일 개막한 구정아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OUSSSMOS)'는 별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미술관 밖 새까만 돌망태 옹벽 틈틈이 작가가 하나하나 박은 50개의 크리스털('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날씨 좋은 날, 크리스털은 반짝인다. 별을 보려면 운이 필요하다. 옹벽 속 크리스털도 그렇다. 어느 순간, 크리스털은 별이 된다.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엔드 얼론 20032026 석재 크리스털 다이아몬드 가변 크기 © KOO JEONG A 사진 전병철 사진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 2003/2026 석재, 크리스털 다이아몬드 가변 크기 © KOO JEONG A. 사진: 전병철 [사진=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구정아가 만들어낸 우스모스는 봄날 얼음이 풀리는 순간을 닮았다. 물 혹은 얼음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시대, 우스모스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의 질문을 던진다. 보면 안다고 확신하는 태도, 진짜 모습을 봤다고 믿는 태도에 '정말 그런가'라고 묻는다. 

구정아는 30여 년간 향과 빛, 소리, 자력, 중력 등 눈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작업으로 끌어들였다. 고정된 것도, 명확한 경계도 없다. 

전시는 언뜻 경계를 나누는 듯하다. 6t에 가까운 거대한 스테인리스강 구조물과 샤프심, 각설탕 집, 영롱한 크리스털과 거친 바위 등 반대되는 속성이 공존한다. 무거움이 있으면 가벼움이 있고, 단단함이 있으면 연약함이 있다. 

하지만 구정아는 지난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샤프심에 대해 "물질적으로 연약하지만 강력한 산업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저 나약하게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라비타〉
2025
강화 유리섬유에 인광 페인트
743 × 1070 × 1878 cm
© KOO JEONG A 
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전병철
'그라비타' 2025 강화 유리섬유에 인광 페인트 74.3 × 1070 × 1878 cm © KOO JEONG A. 사진: 전병철. [사진=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고정된 경계를 흔든다. 무한대 기호(∞) 모양의 '모비우스'는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다. 미술관 입구에 놓인 '그라비타'는 표면의 인광 페인트가 낮에는 빛을 머금었다가 어두워지면 발광한다. 빛과 어둠이 무엇인가. 거친 돌과 영롱한 크리스털이 함께 있는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은 돌이 크리스털을 누르는 것인지, 크리스털이 돌을 떠받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엔드 얼론 20032026 석재 크리스털 다이아몬드 가변 크기 © KOO JEONG A 사진 전병철 사진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 2003/2026 석재, 크리스털 다이아몬드 가변 크기 © KOO JEONG A. 사진: 전병철 [사진=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두 개의 커다란 바위로 이뤄진 작품 '에버 바스트'는 바위 하나는 미술관 밖에, 또 다른 하나는 한참 떨어진 미술관 한쪽 천장에 매달렸다. 둘을 한눈에 볼 수 없다. 에버에서는 바스트가 '저것'이고, 바스트로 가면 에버가 '저것'이 된다. 이것과 저것이란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다. 
 
구정아 우스모스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2026 © KOO JEONG A 사진 전병철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구정아: 우스모스'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2026 © KOO JEONG A. 사진: 전병철. [사진=리움미술관 제공]

우스모스에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강한 것과 약한 것, 이것과 저것을 나눠온 눈이 흔들린다. 살아있는 나무는 흔들린다.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알 수 없는 빛을 못 봐도 괜찮다면, 우스모스에 갈 것을 권한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