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현금 곳간이 불어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 경쟁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도 이달 중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반도체로 벌어들인 현금을 투자와 주주환원에 어떻게 나눌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에서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소각을 결의했다. 취득 대상은 약 2407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3.3% 수준이다. 20일부터 약 3개월간 장내에서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한다. 국내 상장사 자기주식 소각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다.
주주환원 기준도 높였다.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환원하기로 했던 기존 정책을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자사주 취득·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고 특별배당을 포함한 배당 확대도 검토한다.
SK하이닉스가 환원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 메모리 호황이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말 순현금도 약 69조원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와 내년 FCF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번 자사주 소각이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동시에 경영진의 이익 지속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정규배당 규모는 약 9조8000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특별현금배당 등을 포함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먼저 40조원이라는 대규모 카드를 꺼내면서 삼성전자의 선택지가 주목받게 됐다. 삼성전자 역시 AI 메모리 호황으로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만큼 기존 정책 이상의 환원을 요구하는 시장의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발표 다음 날 삼성전자 주가는 9.49% 올랐고 SK하이닉스는 12% 넘게 상승했다. 주주환원 기대가 두 종목의 주가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양사의 자본 배분 여건은 같지 않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모바일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클러스터와 청주 증설 등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주주환원 확대가 곧 투자 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사가 확보한 현금의 절대 규모보다 향후 현금흐름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경쟁이 일회성 자사주 소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SK하이닉스는 3년간 FCF의 50% 이상을 환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도 차기 정책에서 AI 호황에 따른 현금 증가분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AI 반도체 호황이 설비투자 확대뿐 아니라 대형 반도체 기업의 자본 배분과 주주환원 정책까지 바꾸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력이 과거와 다른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늘어난 현금의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 앞으로 양사의 기업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