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소현의 주주톡] 상폐 무산 뒤 240% 유증…SK디앤디는 주주를 설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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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에 상한가.'

일반적으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악재입니다. 자금 조달 일정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SK디앤디는 달랐습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디앤디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365원(29.84%) 오른 594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금감원이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정정 요구 이후 증자 규모가 축소되거나 발행 조건이 주주 친화적으로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자 투자자들이 이번에도 조건 변경 가능성에 기대를 건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히 '유상증자 논란'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가 충돌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자진 상폐 노리던 기업이 240% '폭탄 증자'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앤컴퍼니는 두 차례 공개매수를 통해 SK디앤디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1차 공개매수 응모율은 40.2%에 그쳤고, 지난해 말 마무리된 2차 공개매수에서도 예정 수량의 약 5%만 확보하는 데 그쳤습니다. 최종 지분율은 77%대로 상장폐지 요건인 95%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후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SK디앤디는 지난달 13일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본 확충 가능성을 처음 공식화했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3거래일 동안 주가는 28.96%, 19.75%, 10.48% 떨어지면서 1만1000원대였던 주가가 5000원대로 반토막났습니다.

결국 회사는 지난달 28일 136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기존 발행주식 수의 약 240%에 달하는 초대형 증자였습니다. 발표 다음 날 주가는 다시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공개매수는 1만2750원, 유증은 3060원
주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가격입니다.

불과 몇 달 전 공개매수 가격은 1만2750원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는 3060원입니다. 물론 유상증자 발행가는 자본시장법상 일정 산식에 따라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격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얼마 전까지 인정했던 기업가치와 지금 제시하는 가치가 너무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당시 공개매수 가격도 PBR 0.39배 수준으로 최근 상장폐지 공개매수 사례 가운데 할증률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대규모 증자를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한 주주연대는 지난 5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발행가 산정의 적정성과 증권신고서 기재 내용 등을 다시 살펴봐 달라는 내용입니다.

특히 회사는 "당분간 상장폐지나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주주연대는 일반 주주가 유상증자에 전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분율이 92.62%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상장폐지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또 제3자배정이나 대주주의 직접 지원 대신 기존 주주에게 대규모 자금 부담을 지운 점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반면 회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신 주주배정 방식을 선택한 것도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최대주주만을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 지분가치를 일방적으로 희석시킬 수 있고, 과거 자진 상장폐지 추진 이력까지 고려하면 최대주주에게만 신주가 집중돼 지분 집중과 공정성 논란이 더 커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1690억 사모사채 상환 압박…절박했던 재무구조 개선
그렇다고 회사 사정이 가벼운 것도 아닙니다.

SK디앤디는 이번 유상증자 자금을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사모사채 상환과 지식산업센터 PF 우발채무 대응 등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유상증자가 정상적으로 완료될 경우 단기 유동성 대응력은 개선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사모사채가 1690억원에 달하는 데다 군포 트리아츠 등 지식산업센터 사업장의 PF 우발채무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은 149%에서 약 120%로 낮아지고 순차입금도 5000억원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는 만큼 자산 매각과 사업구조 전환, 현금창출력 회복 여부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서도 "증자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공개매수 무산 직후 기존 발행주식 수의 240%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한 것은 투자자 신뢰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정 요구로 멈춰 선 증자…당국이 요구한 '진짜 설명'
이번 정정 요구의 핵심은 유상증자를 막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이 크게 희석되는 만큼 회사가 왜 이 정도 규모의 증자가 필요한지,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다른 자금조달 수단은 충분히 검토했는지를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불과 얼마 전까지 상장폐지를 추진하던 회사가 왜 갑자기 기존 주주에게 대규모 자금 부담을 지우는 유상증자로 방향을 틀었는지, 그 구체적인 경위와 당위성을 주주들에게 납득 가능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지만 주주 가치를 대폭 희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SK디앤디 사례가 던지는 질문도 결국 하나입니다. 유상증자가 필요했느냐가 아니라 회사가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했느냐입니다. 이번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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