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의 재테크루] 내 보험 민원, 금감원에 넣었는데 협회로 간다고?…달라진 접수창구

  • 생·손보 대외민원은 증가…처리기간 단축 기대

  • 보험금·약관 분쟁은 금감원 유지…이송 안내 강화 필요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금융감독원에 보험 민원을 냈는데, 정작 처리 결과를 통보하는 곳이 보험협회로 안내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도 사안의 성격에 따라 손해보험협회나 생명보험협회로 이송하는 민원 처리체계 개편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자동차 운전자 간 과실비율을 다투는 민원은 손해보험협회가 처리하고 있다. 금감원에 민원을 냈더라도 과실비율 관련 사안으로 분류되면 손보협회로 이송된다.

오는 9월부터는 대상이 더 넓어진다. 보험모집인 수수료와 위·해촉 관련 민원, 보험회사 직원의 불친절·불편사항 등 상대적으로 분쟁 소지가 적은 민원을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직접 처리한다. 생명보험협회도 9월부터 민원 처리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반면 보험금 지급 여부나 지급액, 보험약관 해석처럼 소비자와 보험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분쟁은 기존대로 금감원이 맡는다. 보험사의 불법·불건전 영업행위나 별도의 사실관계 조사,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도 금감원이 직접 처리한다. 협회로 넘어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사실관계가 단순하고 분쟁 소지가 적은 민원들이다.

민원인은 접수할 때는 금감원을 상대로 하지만 사안에 따라 결과는 협회로부터 받게 된다. 처음 이 절차를 접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원이 왜 다른 기관으로 넘어갔는지, 누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지를 두고 혼선이 생길 수 있다. 금감원에 판단을 요청했는데 보험협회가 답변한다는 사실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민원 처리 창구를 나눈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전체 금융민원의 49.0%가 보험 관련 민원이었다. 보험 민원 처리기간도 지난해 평균 56.2일로 두 달 가까이 소요됐다. 단순한 불편 민원부터 사실관계와 법률 판단이 필요한 분쟁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처리가 지연된 것이다.

협회가 단순·반복적인 민원을 나눠 맡으면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이나 약관 해석 등 복잡한 분쟁에 조사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민원 처리기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감원 등 외부기관의 판단을 구하는 보험 민원은 줄지 않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자료를 합산하면 올해 2분기 보험사에 직접 제기된 자체민원은 전분기보다 7.5% 줄었지만, 외부기관을 거쳐 접수된 대외민원은 1.3% 증가했다. 전체 민원은 감소했지만 외부기관의 판단이나 중재를 구한 민원은 소폭 늘어난 셈이다.

자료생명 손해보험협회
[자료=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협회가 보험사들을 회원사로 둔 업계 단체라는 점에서 소비자가 민원 이송 절차를 낯설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다. 보험사와 직접 해결하지 못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협회가 답변할 경우, 민원이 다시 보험업계로 돌아간 것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자와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사안은 금감원이 처리하고 협회는 단순민원만 맡는 구조라면 협회 이관 자체를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소비자가 금감원에 접수한 민원이 협회로 넘어가는 이유와 처리 절차를 충분히 안내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보험협회는 외부 전문가 3명과 금감원 민원담당팀장 등이 참여하는 민원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중요사항을 논의하고 민원 처리 결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소비자는 민원이 협회로 이송됐다는 안내를 받더라도 접수가 거부되거나 종결된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처리기관만 달라지는 것이며 보험금 지급 여부나 지급액, 약관 해석과 관련한 분쟁은 금감원이 계속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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