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의 보건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지역 보건사업이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를 지원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주민이 아프기 전 건강 위험을 살피고 질환 이후의 재활과 돌봄, 삶의 마지막 준비까지 함께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있다. 무안군은 지난 2021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후 고령인구와 독거노인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주민도 늘면서 기존 치료 중심 보건의료만으로는 지역의 건강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실제 무안군 70세 이상 주민의 고혈압 진단 경험률은 60.1%로 전체 연령 평균 28.7%보다 31.4%포인트 높다. 당뇨병 진단 경험률도 29.6%로 전체 평균 15.7%보다 13.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지역 보건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무안군은 이에 따라 노쇠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장애인 재활, 암 환자 지원, 웰다잉까지 연결하는 생애주기별 통합 건강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주민이 익숙한 지역과 집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와 돌봄의 방식을 바꾸는 시도다.
방문간호에 디지털 기술 접목…건강 위험 조기 발견
무안군 보건정책 변화의 중심에는 ‘ICT 융합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있다.
기존 방문건강관리사업은 방문간호사와 물리·작업치료사 등 전문인력이 65세 이상 어르신의 가정을 직접 찾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넓은 지역을 한정된 인력이 담당해야 하는 데다 방문 횟수와 시간에도 한계가 있어 늘어나는 건강관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웠다.
무안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방문건강관리와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을 결합한 ICT 융합 방문건강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가정방문을 통해 노쇠 정도와 디지털 활용 역량을 평가하고, 필요에 따라 혈압계와 활동량계 등 건강관리 기기를 연계해 주민 스스로 건강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문인력의 대면 관리와 비대면 건강관리를 병행해 서비스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요양 지역돌봄 통합지원과 노쇠 예방 정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 위험 요인을 조기에 발견해 노쇠와 만성질환 악화를 막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안군보건소는 2026년 6월 기준 ICT 융합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통해 주민 1715명을 관리하고 있다. 경로당과 마을을 찾아 혈압과 혈당,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현장형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무안군은 2025년 통합건강증진사업 전략부문 방문건강관리 분야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고혈압·당뇨병 예방, 자신의 ‘혈관 숫자’부터
심뇌혈관질환 예방도 무안군 보건정책의 주요 축이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자 국내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무안군에서도 심장질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75.5명, 뇌혈관질환은 50.4명으로 암과 폐렴, 노쇠에 이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더 이상 고령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 비만, 스트레스 등의 영향으로 청년층에서도 고혈압과 당뇨병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결과 고혈압 유병률은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 19∼29세에서 0.9%포인트, 30∼39세에서 1.8%포인트, 40∼49세에서 2.7%포인트 증가했다. 당뇨병 유병률도 19∼29세에서 0.9%포인트, 30∼39세에서 2.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정기적으로 혈압과 혈당을 확인하고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개선하면 충분히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 자신의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의 첫 단계인 셈이다.
무안군보건소는 이를 위해 지역축제와 대학, 직장, 마을회관 등 주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서 ‘자기 혈관 숫자 알기’ 캠페인과 건강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목포대학교와 협력한 ‘2030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층의 건강습관 형성과 실천도 지원하고 있다.
2025년에는 16개 장소에서 주민 4032명이 캠페인에 참여했고, 2026년 상반기에도 3개 장소에서 1천여 명이 혈압과 혈당 등을 확인했다.
치료가 필요해진 뒤 병원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건강 수치를 알고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돕는 예방문화가 지역사회에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 건강관리, 의료기관 밖 지역사회까지 연결
장애인의 건강과 재활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중심 재활사업도 강화되고 있다.
국립재활원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비장애인보다 12% 낮고, 암 검진 수검률도 12.2% 낮다. 반면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 유병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은 이동의 불편과 의료기관 접근의 어려움으로 적절한 검진과 건강관리를 받기 쉽지 않다. 질환이 악화되거나 또 다른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무안군보건소는 지역사회 장애인 293명을 등록·관리하며 가정방문과 재활운동, 퇴원환자 상담, 의료·복지 자원 연계, 장애인 재활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퇴원했거나 퇴원을 앞둔 장애인이 집과 지역사회로 복귀한 뒤에도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상생활 적응과 사회참여까지 연계하는 방식이다.
특히 보건소만의 사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장애인복지관과 군 사회복지부서, 지역대학, 의료기관 등이 참여하는 지역사회재활협의체를 운영해 기관별 자원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은 장애인의 건강관리뿐 아니라 자립생활과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지역사회 재활체계의 기반이 되고 있다.
무안군보건소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6년 장애인 건강보건 통합성과대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암 검진에서 치료 이후 일상 회복까지
암은 국내 사망원인 통계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암 검진 수검률은 60% 수준으로, 성인 10명 가운데 4명가량은 최근 2년 안에 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성과 생존율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무안군보건소는 위암과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국가 6대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국가암검진을 안내하고 검진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에 부담을 겪는 저소득층 암 환자에게는 의료비를 지원해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치료를 마치고 지역사회로 돌아온 암 환자를 위한 건강관리도 이어진다. 상·하반기 자조모임과 공예 등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해 암 생존자들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6년 5월까지 무안군 주민 2733명이 국가암검진을 받았으며, 저소득층 암 환자 17명에게 의료비가 지원됐다.
암 관리가 조기 발견에만 머무르지 않고 검진과 치료, 치료비 지원, 재가 암 환자 건강관리와 일상 복귀까지 이어지는 통합체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는 웰다잉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생애 말기에도 자신의 가치관과 선택을 존중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마무리하려는 ‘웰다잉’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안군보건소는 웰다잉 문화 조성사업을 통해 연명의료결정제도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주민이 생애 말기 치료와 돌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뒤 자신의 의사를 미리 결정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2026년 6월 기준 무안군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주민은 3625명이다. 2025년에는 7개 기관 293명, 2026년 상반기에는 3개 기관 94명을 대상으로 웰다잉 교육을 진행했다.
웰다잉 사업은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이라기보다 자신의 삶을 끝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자기결정권 중심의 보건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
무안군의 지역 보건사업은 이제 질병 치료나 의료비 지원이라는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다.
노쇠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만성질환을 예방하며, 장애인의 재활과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암 환자의 치료 이후 일상 회복과 주민의 존엄한 생애 말기까지 함께하는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지역 보건의 역할은 더 이상 병이 난 주민을 치료기관으로 연결하는 데 그칠 수 없다.
주민이 살던 곳에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필요한 시기에 의료와 재활, 돌봄을 지원받으며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 보건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무안군은 앞으로도 방문건강관리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예방서비스를 확대하고, 의료·요양·복지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 주민 중심의 통합 건강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행숙 무안군 건강증진과장은 “앞으로 지역 보건사업은 질병 치료와 함께 예방과 건강관리, 재활, 돌봄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주민 누구나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