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의 현실중국] 스티븐 로치 '과거의 홍콩'은 끝났지만 '새로운 홍콩'은 진행중

홍콩 전경 사진로이터연합
홍콩 전경 [사진=로이터·연합]
저명한 석학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최근 '과거의 홍콩은 끝났다(Yes, the Hong Kong of Old is Over)'라는 제목의 칼럼을 발표했다. 칼럼에서 로치 교수는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홍콩이 다시금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점에 대해 중국 본토 기업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배경으로 할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홍콩의 법치주의와 언론 자유가 후퇴하면서 홍콩은 과거의 글로벌 금융도시가 아닌 중국의 하나의 대도시로 변모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오늘날 홍콩이 보여주고 있는 현실의 경쟁력과 홍콩의 과거 발전과정을 충분히 직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홍콩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 도시는 애초부터 중국과 분리돼 존재한 적이 없었다. 1950~70년대에는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기업가와 노동력이 제조업의 기반을 만들었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홍콩 자본이 광둥성에 투자하며 중국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홍콩의 번영은 언제나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후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오늘날 홍콩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로치 교수는 홍콩 IPO 시장의 회복을 중국 기업 덕분이라고 폄하한다. 과거 홍콩 IPO 시장이 세계 1~2위를 다투던 2000년대에도 중국 본토 기업의 상장이 줄을 이었었다. 실제 이 시기에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차이나라이프,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들이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홍콩이 세계 IPO 1위에 올랐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 AI 기업 Z.ai,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 등이 홍콩에서 상장하면서 홍콩은 IPO 세계 1위자리에 복귀했다. 이들 기업은 뉴욕이나 런던, 싱가포르가 아닌 홍콩에서의 상장을 선택했다. 중국의 기업과 글로벌 자본을 잇는 홍콩의 독보적인 입지가 빛을 발했다. 향후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해 갈수록, 글로벌 자본들이 중국 기업에 관심을 가질수록, 홍콩의 입지는 더욱 강해진다. 

그가 언급한 홍콩 국가보안법 역시 더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시행 당시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홍콩 내 자본 이동의 자유나 계약의 법적 효력은 변함없이 법적 보장을 받는다. 국제 은행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대부분 홍콩을 핵심 거점으로 유지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홍콩내 정치적 자유의 축소는 분명 논쟁의 대상이지만, 그것이 곧 금융 기능의 약화나 도시 경쟁력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19년의 장기 시위로 훼손됐던 정치적·사회적 안정성이 회복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의 서울은 과거의 서울이 아니며, 현재의 베이징은 과거의 베이징이 아니듯, '과거의 홍콩'이 사라졌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홍콩이 쇠퇴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발전의 증거들이 포착되고 있다. 과거의 홍콩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홍콩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