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가 동일 콘텐츠를 여러 계열 채널에 반복 편성한 뒤 묶음으로 공급하는 거래 구조가 유료방송사의 콘텐츠 사용료 부담을 키우고 시청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원이 프로그램 공급계약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종료되는 사적 계약으로 판단해 왔음에도, 정부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계약 종료를 어렵게 하면서 시장 왜곡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성진 숭실대학교 교수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특별세미나 '유료방송 채널거래 시장 개선 방안 마련'에서 MPP 9개사, 43개 채널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동일 법인 내 채널 간 최고 중복편성률은 98%에 달했다. MPP 5곳은 최대 중복편성률이 80%를 넘었으며, 중복편성률 80% 이상 채널을 동일 채널로 간주하면 한 MPP 계열의 영화 채널은 명목상 3개지만 실제로는 1개 채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문제의 핵심이 중복편성 자체보다 계열 채널을 하나의 상품처럼 묶어 거래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계약서상으로는 채널별 개별 계약 형태를 취하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인기 채널을 앞세워 계열 전체 채널을 함께 공급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채널별 협상이나 성과에 따른 사용료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거래 구조는 유료방송사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SO의 총수신료 대비 콘텐츠 사용료 지급률은 90.2%까지 상승했고, 일부 사업자는 지급률이 116.2%를 기록해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신료만으로는 콘텐츠 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중복 채널이 한정된 콘텐츠 재원을 차지하면서 중소 PP의 경쟁력도 함께 약화되고 있다"며 "중소 PP 116개사의 매출 점유율은 최근 5년간 평균 9.9% 수준에 머물렀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시청자의 실질적인 선택권도 줄어드는 '질적 다양성의 후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기존 끼워팔기 금지 규범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MPP가 채널별 개별 계약을 거부한 경우 이를 채널 종료 사유로 인정하고, 채널별 협상이 실제 가능한지와 시청률 등 성과에 따라 사용료가 책정되는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규제기관이 중복편성률과 실질 채널 수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콘텐츠 대가 산정과 PP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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