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최저임금, 이제는 결정 방식도 바꿔야 한다

30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10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10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3.7% 오른 수준이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과 체감 생계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이라고 주장했고, 경영계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노사 합의는 불발됐고 표결 끝에 사용자 측 안이 채택됐다.

결정 결과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최저임금 제도가 매년 되풀이하는 구조적 한계다.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는 출발선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노동계는 1만2000원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이후 수차례 수정안을 거치며 간격은 좁혀졌지만 마지막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결국 표결이라는 익숙한 결론으로 향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계와 기업의 비용, 그리고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변수다. 그럼에도 지금의 결정 과정은 매년 노사 간 힘겨루기와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정이 끝난 뒤에도 노동계는 부족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경영계는 과도하다고 반발하는 장면이 관행처럼 반복된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정 구조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결정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경제 현실이 양쪽 모두에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물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줄어드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생계보장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임대료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인건비 부담 증가는 폐업과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은 대기업이나 고수익 산업과 동일한 임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저임금의 취지는 동일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에 있지만, 업종별 수익 구조와 생산성 차이가 점점 커지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올해도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 논의 자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이번 심의 과정에서 도급제 노동자 적용 문제와 업종별 차등 적용 가능성을 포함한 제도 개선 추진단 설치를 권고했다. 이는 단순한 보완책이 아니라 최저임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봐야 한다.

최저임금은 높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고 낮을수록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기업의 지불 능력, 생산성 증가, 고용 유지라는 여러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어느 한쪽의 논리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는 인상률 몇 퍼센트에만 매달리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업종별 특성과 생산성, 지역 경제 여건, 기업 규모 등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 역시 노사 대결 중심에서 객관적 경제 지표와 데이터 기반 체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1만700원은 이미 결정됐다. 중요한 것은 내년 이맘때 또다시 같은 갈등을 반복하지 않는 일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노동자 보호와 일자리 유지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숫자를 정하는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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