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쓰레기산은 왜 사라지지 않나…부실 수사가 키우는 '폐기물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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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엘프스 이환민 파트너 변호사]
 

최근 공영방송 저녁 뉴스는 충남 아산의 한 공장 부지에 대량의 폐기물이 불법 투기된 ‘1만 톤 쓰레기산’ 실태를 보도했다. 형사판결에 따르면, 불법 투기 조직은 2021년 단 73일 만에 약 1만1000톤의 폐기물을 이 공장에 쏟아부었다. ‘마스크 공장’을 하겠다며 토지를 임차한 뒤 전국 각지에서 폐어망과 폐합성수지, 폐건축자재 등을 조직적으로 실어 나르고 투기한 것으로, 총책, 배출자, 브로커, 임차인, 운반기사 등이 역할을 나눠 범행한 조직형 환경범죄였다.

가담자들에게는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임차인과 운반기사 등 겉으로 드러난 실행자들만 처벌하는 데 그쳤다. 폐기물이 어디에서 배출돼 어떤 경로로 이동하여 투기된 것인지, 폐기물을 배출한 자와 중간 알선책인 브로커 등 '몸통'은 수사과정에서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불법 폐기물 처리 책임의 소재와 범위를 둘러싼 행정·민사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범행에 이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토지를 임대한 토지 소유자는 5년째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 사건만의 일이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19년 전수조사에서 확인한 전국 쓰레기산은 235곳, 약 120만3000톤이었다. 이를 계기로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어 불법 폐기물의 처리책임이 크게 확대되었지만, 2024년 7월까지 확인된 쓰레기산은 493곳, 184만5000톤으로 크게 늘었다. 

폐기물관리법 제48조에서는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부터 위탁자, 배출자, 관여자, 교사·협력자, 권리·의무 승계인, 토지 소유자 등 불법 폐기물에 대한 조치명령 대상자를 9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다른 대상자들은 자신의 행위에 따른 책임을 지는 반면, 토지 소유자는 적법하게 토지를 임대하였을 뿐 폐기물 발생에 아무런 책임이 없더라도 조치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인 선의의 토지 소유자들이 그동안 받은 임대료는 물론 토지가액의 몇배, 많게는 수십 배에 이르는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25년 선량한 토지 소유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조치명령 대상자들의 우선순위를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 등을 1순위로, 위탁자, 사업장폐기물배출자, 관여자 등을 2순위로, 토지 소유자를 3순위로 해 조치명령을 발령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순위 규정은 선순위 대상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비로소 작동한다.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와 위탁자, 배출자, 관여자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1·2순위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결국 책임은 3순위인 토지 소유자에게 집중되고 만다. 따라서 불법 투기 발생 초기부터 범죄의 전체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폐기물 불법 투기는 배출·운반·투기의 각 단계에서 여러 시·도와 수사 관할을 넘나들며, 조직폭력배와 브로커 등이 결합한 전국 단위 조직범죄로 진화했다. 그런데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기관은 대개 폐기물이 발견된 지역의 관할 경찰서다. 관할 밖을 제대로 수사하기 어렵고 환경범죄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한 개별 경찰서가 전국 각지에서 연쇄적으로 불법 투기를 벌이는 조직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동일 범죄조직이 벌인 여러 사건을 하나로 묶어 전체 가담자를 규명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적발된 실행자만 기소하고 사건이 종결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꼬리'만 잘리고 '몸통'은 빠져나가는 구조에서 범죄로 얻는 이익이 처벌의 위험을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쓰레기산이 반복되는 경제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6년 경기 파주지역 쓰레기산 사건에서는 광역수사권을 가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여러 건의 불법 폐기물 투기 사건을 동시에 수사해 동일 범죄조직의 소행과 폐기물의 전국적 이동 경로까지 규명했다. 그 결과 다수의 가담자가 처벌되었고, 피해자인 토지 소유자도 피해를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아산 사건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가 이루어졌고 현장에서 적발된 자들을 처벌하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수법의 범죄라도 수사의 관할과 전문성이 사건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환경 분야에도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된 환경범죄 합동전문수사팀처럼 전국 단위 수사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폐기물 불법 투기가 전국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이를 빠르게 적발하고 수사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수사체계를 조속히 갖춰야 한다.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것은 폐기물 불법 투기를 한 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지우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선의의 토지 소유자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흩어진 사건을 하나로 연결해 범죄조직의 전모와 수익구조를 밝혀야 불법 투기의 경제적 유인을 끊을 수 있다. 전국을 무대로 한 조직범죄는 전국을 아우르는 수사체계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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