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며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수출 호조에도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딘 모습이 이어지면서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6월 수출이 달러 기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 증가해 전달 증가율(19.4%)을 크게 웃돌았다. 앞서 로이터는 전달보다 소폭 둔화한 18.2%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수입도 36% 증가하며 전달 증가율(27.4%)과 로이터 예상치(24%)를 모두 큰 폭 상회했다. 이에 따라 6월 무역흑자는 1256억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는 AI 투자 확대가 견인했다. 컴퓨팅 서버, 데이터센터 장비 등 전자·정보기술(IT) 제품 수요 증가가 중국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산 전자 컴퓨터 및 IT 기기 제품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 증가율을 6.9%포인트 끌어올렸다.
AI 투자와 첨단 제조업이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견인했지만, 이러한 성과가 민간 소비와 고용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로이터가 경제학자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5%로 전망됐다. 1분기 성장률(5.0%)보다 둔화한 것은 물론, 지난 4월 로이터 전망치(4.7%)보다도 낮아졌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 목표(4.5~5.0%)의 하단 수준이다. 중국은 오는 15일 2분기 GDP를 발표한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은 여전히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떠받치고 있지만, 내수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며 "수출 증가가 고용시장 활성화나 기업 수익성 향상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의 5월 소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약 3년 반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고정자산 투자 역시 두 달째 마이너스 감소세를 이어갈 정도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당장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출과 첨단 제조업이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는 만큼 중국 지도부가 당분간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달 말 열리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상반기 경제 성적을 평가하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저우하오 궈타이쥔안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외부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됨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서둘러 내놓을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경제학자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지난 11일 중국 인민대에서 열린 거시경제 세미나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침체되면서 중국 경제가 3년째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광의 실업률이 10.2%에 달해 약 2400만 명이 장기 실업 상태에 있으며 이는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도시 실업률(5.1%)의 두 배 수준이다.
리 교수는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를 이끌었던 지방정부 중심의 인프라 투자가 재정 악화로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올해 계획한 신규 국채 발행 규모(12조 위안)를 대폭 확대해 지방정부 부채 정리와 미분양 주택 매입, 저가주택 공급, 농민공 복지 확대 등 민생 분야에 적극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소비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중국 국무원은 13일 '소비 확대 15차5개년 계획'을 승인해 오는 2030년까지 중국 총 소매판매액을 현재 50조1000억 위안에서 60조 위안으로 약 10조 위안(20%)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획에는 노인 돌봄과 보육, 문화관광, 보건, 자동차, AI, 농산물, 동계스포츠 등 서비스 중심의 9대 소비 분야를 육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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