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촉법소년, 나이보다 범죄의 잔혹성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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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강력범죄에 한해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둘러싸고 유지론과 하향론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국 '조건부 하향'이라는 절충안이 제시된 것이다.

이번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연령을 한 살 낮추는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범죄에 대해 사회가 형사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이다.

촉법소년 제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만들어졌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고 교육과 복지 수준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국가가 처벌보다 보호를 우선한 것은 시대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7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되었다. 청소년의 신체와 인지 발달은 빨라졌고, 디지털 환경과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정보 접근 능력도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일부 강력범죄는 성인 범죄와 다를 바 없는 잔혹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촉법소년 연령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보더라도 형사책임 연령은 나라별로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범죄의 성격과 재범 위험성, 사회 보호의 필요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촉법소년 문제를 단순한 연령 논쟁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살인, 강도, 강간, 방화, 조직적 폭력 등 사회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강력범죄는 일반 비행과 동일하게 다룰 수 없다. 계획성과 잔혹성이 높고 재범 위험이 큰 범죄라면 연령만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전면 면제하는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지 사회는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반면 우발적 비행이나 경미한 범죄까지 동일한 잣대로 처벌해서도 안 된다. 초범과 상습범을 구분하고, 범행 동기와 환경, 교화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년사법은 엄정함과 회복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범죄가 발생한 뒤의 처벌보다 범죄를 예방하는 교육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시민성 교육과 인성교육, 공동체 의식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을 배우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도 유치원과 초등학교 단계부터 도덕교육과 시민교육, 생명존중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운 판단과 책임의식은 더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은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옳고 그름을 선택하는 양심은 결국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촉법소년 문제의 해법은 처벌 강화와 교육 강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엄정한 법 집행과 체계적인 인성교육이 함께 갈 때 비로소 사회는 안전해질 수 있다.

법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에게는 다시 사회로 돌아올 기회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기회는 책임 위에서 주어져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촉법소년 제도도 단순히 '몇 살이냐'를 따지는 시대를 넘어야 한다. 앞으로는 연령 중심의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범죄의 잔혹성, 계획성, 상습성, 재범 위험성과 사회 격리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교한 소년사법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미래 세대를 포기하지 않는 길이며, 정의와 교화가 함께 살아 있는 선진 사법국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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