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기업의 해외 진출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때 최대 거점이었던 중국 비중은 줄어든 반면 베트남이 핵심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노동집약적인 데이터 가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기업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2025 데이터산업현황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해외 매출이 발생한 국내 데이터기업 가운데 베트남에서 매출을 올린 기업 비중은 35.1%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17.5%에서 1년 만에 17.6%포인트(p) 급증한 수치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37%에서 29.3%로 7.7%p 감소했다.
매출 규모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 매출은 지난 2023년 1045억원에서 지난 2024년 102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베트남은 445억원에서 1292억원으로 약 3배 성장하며 중국을 넘어섰다.
업계는 이러한 원인이 데이터산업 특성에 있다고 분석한다. 데이터산업의 경우 인건비 경쟁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AI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영상, 음성, 텍스트 등 사람이 직접 분류·검수하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 필수적인데 대부분 노동집약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피지컬AI로 흐름이 넘어가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피지컬AI는 생성형AI와 달리 웹상의 공개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로봇의 동작, 촉각, 제조 공정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수집·가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선박 제조처럼 공정이 비정형적인 산업은 기존 축적한 데이터가 부족해 현장에서 데이털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인건비 경쟁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피지컬AI 시장이 확대되면서 사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예컨대 자율주행 레이블링, 로봇 레이블링 등이 필요해지면서 인건비가 싼 국가들로 기업들이 몰려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들은 글로벌 AI기업의 데이터 구축 외주를 대거 수주하며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디스타에 따르면 베트남의 IT아웃소싱 매출은 오는 2028년 12억8000만 달러(약 1조9700억원)로 연평균 17%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데이터 주석 분야의 경우 아웃소싱 수요가 매년 15%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AI 산업이 저임금 국가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되면서 윤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피지컬AI는 사람이 직접 행동을 재연하거나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기존 생성형AI보다 노동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AI 산업이 저임금 국가의 노동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노동권과 윤리 문제를 둘러싼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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