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엄 비판자막 삭제' 이은우 전 KTV 원장 징역형 집행유예

  • "방송 공정성·객관성 준수되지 않아…국민 알권리 침해"

12·3 비상계엄 관련해 내란선전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해 내란선전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위법성을 지적한 정치인들의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해 재판에 넘겨진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이 전 원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이 불법·위헌이다'라는 취지의 정치인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라고 실무자에게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기각'과 '직권남용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두 가지 주장을 해 왔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소기각 주장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별검사법에서 정한 제2조 제1항의 제11호에서 정한 '내란 행위 관련한 고발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특검의 수사 대상 범위에 해당한다"며 이 전 원장의 주장을 배척했다.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고 정당한 지시의 범위 내에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2·3 비상계엄에 반대하거나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한 자막을 선별적으로 삭제 지시한 것은 KTV 시청자인 국민들로 하여금 비상계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한다"며 "이러한 지시는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성실 의무와 공정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 "KTV가 방송법상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예외적인 상황 속에서 비상계엄의 비판적인 내용에 스크롤 뉴스만을 적극적으로 삭제하는 등 편파적 보도를 하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했다"며 "직무 권한을 남용하고 (실무자의) 의무에 없는 일을 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보도에서 갖춰야 할 공정성과 객관성이 준수되지 않아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됐다"고 꼬집었다. 

유리한 양형 사유로는 정부 기관인 KTV가 다른 방송사 채널 등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점, 이 전 원장이 KTV의 방송 기조에 관해 정부 정책 관련 정보 위주로 방송하고 정치적 논쟁이 될 만한 내용을 배제하자는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한 점, 사건의 범행이 짧았던 점을 언급했다. 

앞서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결심공판에서 "(이 전 원장이) 방송 편성 책임자이자 국가 공무원으로서 국가의 존립과 국민 기본권을 위협하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공정하고 균형적 정보를 제공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렸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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