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파업 길목 현대차, 견리망의(見利忘義) 새겨야

현대자동차 노사가 또다시 벼랑 끝 대치로 향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조합원 찬반 투표는 86%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5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오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파업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회사가 추가 제시안을 내놓고 노조가 이를 수용한다면 파업은 피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노사 협상 분위기를 감안하면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노조 요구가 과하다. 성과급 재원으로 제시한 순이익 30%는 지난해 기준으로 3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라 사실상 기업 이익 배분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주장에 가깝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기여가 컸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대차 실적이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이지만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차 시장 둔화,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불안 등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든 영향이다.
 

지난 5월 13일 열린 현대차 노조의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13일 열린 현대차 노조의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산업은 100년 만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분야에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공장과 배터리 생산시설,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당장 성과급으로 나눠 가질 것인지, 미래 경쟁력을 위해 투자할 것인지는 단순히 노사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기업 생존과 국가 산업 경쟁력이 걸린 문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성과급 N% 공식'이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초과이익분배금으로 지급하고 있고, 삼성전자 노사도 최근 반도체 사업 성과와 연계된 새로운 성과급 체계에 잠정 합의했다.

이를 모든 산업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도체 산업은 현재 AI 시대가 만든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미국 관세와 중국 업체의 공세, 전동화 경쟁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상태다. 업종별 상황이 전혀 다른데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 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는다면 기업들은 호황기마다 투자금 대신 성과급 재원을 먼저 쌓아 놔야 하는 구조에 직면하게 된다. 

사냥을 간 장자(莊子)가 까치를 쏘려는데 왠지 미동도 없었다. 가만히 보니 까치는 눈앞의 사마귀를 노렸고 곧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사마귀 역시 나무에 매달린 매미를 노리는 중이었다.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다 의리를 저버려 손해를 본다는 '견리망의(見利忘義)' 고사의 유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투자와 혁신에 목을 매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경쟁사들은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달리고 있다.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가 성과급 논란으로 멈춰 서는 건 아무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피해는 회사와 노조를 넘어 협력업체, 지역 경제, 국가 수출 경쟁력으로 번진다. 현대차 노사가 그동안 함께 가꿔 온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합리적 합의안을 도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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