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예고된 광주·전남 지역이 윤석열 정부 시절 '호남 패싱' 논란 속에서도 반도체 인프라와 사업성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정부와 학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산업통상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 과정에서 광주·전남은 '시스템반도체용 차세대 패키징 특화단지' 육성 계획을 앞세워 주무 부처 실무진과 민간 외부 심사단으로부터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과 세제 혜택, 인허가 신속 처리 등을 전방위 지원하는 국가 핵심 프로젝트다. 당시 반도체 분야에서만 전국 15개 지방자치단체가 사활을 건 유치 경쟁을 벌였다.
광주·전남은 원팀으로 광주 북구 첨단 3지구 일대 80여만㎡(약 25만 평)를 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할 방침이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부지다.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2위 기업 앰코테크놀로지 한국 지사가 이미 해당 지역에 포진해 있어 관련 소부장 업계 연쇄 유치 가능성도 컸다. 인근 장성호와 담양호 등 풍부한 산업용수 공급망은 물론 호남권 태양광·풍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필수 요건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실현이 가능한 최적지로 꼽혔다.
광주·전남은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산업부 전문위원회의 7개 심사 항목 중 △산학연 연계협력 △기술선점 효과 △인프라 확보 △집적화 효과 등 5개 핵심 부문에서 경쟁 지자체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설비 구축 단계에서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확보 여부가 성패를 가르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문가단은 이미 광주·전남 기반 시설에 합격점을 줬던 셈이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국무총리 산하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는 경기 용인·평택과 경북 구미를 반도체 특화단지로 최종 지정했다. 유치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한 관계자는 "부처 실무진과 전문가 실사단 사이에서는 광주·전남 선정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며 "전력과 용수 공급의 안정성이 뛰어났고,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패키징이라는 확실한 틈새 시장과 기술력을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시 산업부는 앰코테크놀로지의 자금 조달 불확실성을 탈락 사유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40년까지 2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앰코는 특화단지 심사가 진행되던 2023년 한 해에만 4000억원 규모의 집행을 마쳤다. 최근에는 광주 패키징 공장 증설을 위해 오는 2035년까지 1조원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 지자체의 탈락 사유는 규정상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미래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사업인 만큼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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