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00억 띄웠지만…지역 사립대는 "우리는 들러리 아냐"

  • '5극3특 공유대학' 및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사업에 2000억 집중 투입

  • 진학부터 취업·정주까지 선순환 노리지만…현장선 사립대 소외 우려 목소리 '여전'

  • "지자체 전문성 의문·거점대 쏠림 심화"…성공적 체제 안착 위해 현장 불만 해소 시급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범정부 협의회’를 개최하고 7개 관계부처와 함께 ‘2026년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계획’을 확정했다 사진교육부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범정부 협의회’를 개최하고, 7개 관계부처와 함께 ‘2026년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계획’을 확정했다. [사진=교육부]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나고 자란 곳에서 배우고 일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 지원에 나선다. 좁은 행정 구역의 칸막이를 허물고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여러 대학과 기업이 연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발견된다. 과거 ‘라이즈(RISE)’에서 이름표를 바꿔 단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Anchor)’로의 본격 전환을 앞두고, 거점국립대 위주의 정책 설계 탓에 지역 사립대들이 구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교육부는 23일 지역 중심의 국가균형발전을 이끌기 위한 ‘5극3특 공유대학’ 및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사업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두 사업은 지방정부와 대학, 기업의 긴밀한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총 2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궁극적인 목표는 청년들이 지역 내 대학에 진학한 뒤 우수 기업에 취업하고 정착까지 마무리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산업·경제권 단위로 견고하게 조성하는 것이다.
 
거점국립대가 이끄는 ‘5극3특 공유대학’
예산 비중이 가장 큰 ‘5극3특 공유대학’ 사업에는 올해 총 1200억 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지역 내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거점국립대가 허브가 되어, 대학이 보유한 양질의 교육과정, 연구 시설, 고가의 장비 등을 인근의 일반대, 사립대, 전문대 등과 나누는 9개의 연합 대학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 공유대학은 실질적인 자원 공유에 나선다. 지역 전략산업에 맞는 교육과정을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해 권역 내 모든 학생에게 개방하며, 거점국립대와 타 대학 교원, 석·박사생들이 기업과 함께 연구개발(R&D)을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 국가의 집중 투자를 받아온 거점국립대의 혜택을 스포크(Spoke) 역할을 하는 주변 대학들로 확산시켜 교육의 질을 다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시·도 경계 허무는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또 다른 핵심 축인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사업에는 올해 총 800억 원이 배정됐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시·도의 좁은 행정 경계를 과감히 허물었다는 점이다. 복수의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특정 산업 분야에 맞는 ‘대학-기업 협의체’를 구성하고 인재양성 모델을 제안하면, 교육부가 이를 평가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6개 내외의 우수 모델을 선정할 계획이며, 평가 등급(S·A·B)에 따라 모델당 매년 100억 원에서 최고 15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를 4년간 차등 지원한다. 선정된 협의체는 고등학교 단계부터 시작되는 맞춤형 인재 육성, 시·도를 넘나드는 현장 실습 및 인턴십 등 산업 현장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굵직한 과제들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거점국립대 중심 ‘기울어진 운동장’…앵커 체제 속 타들어 가는 지역 사립대
정부의 전폭적인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지역 일반대 및 사립대 관계자들은 이번 ‘앵커’ 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거점국립대 독식 구조’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5극3특 공유대학 모델 자체가 거점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중심)’로 명시하고 있다. 사립대 관계자들은 “예산 배분과 사업 기획의 주도권이 거점국립대에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중소 규모 사립대나 전문대는 단물만 내주고 철저히 소외되는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대학 생존이 걸린 재정 지원 끈을 쥐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거점국립대의 우산 아래 들어가야 하는 종속 현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고등교육 전문성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비 교부와 집행 관리를 전담하는 지자체 산하 ‘지역 앵커센터’가 대학들의 복잡한 특성과 교육 현안을 꿰뚫어 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대학 관계자는 “고등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지자체가 예산권을 쥐게 되면, 장기적인 인재 양성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나 단체장의 정치적 치적용 사업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다.
 
초광역 단위 사업 역시 ‘빈익빈 부익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A·B 등급에 따라 수백억 원의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경쟁 시스템 탓에, 이미 튼튼한 산업 기반과 대형 대학을 보유한 특정 광역권 협의체만 예산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지역의 인재가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되게 하겠다는 교육부의 거시적 목표가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거점국립대 중심의 하향식 행정을 경계하고 소외된 지역 사립대들의 억눌린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듬을 수 있는 세밀한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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