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전국민 80%의 외산 AI 사용, 독점과 종속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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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나노바나나2 생성]

19세기 말 바다 건너 대륙들을 연결한 해저 케이블은 인류에게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거대한 정보혁명이었다. 그러나 혁명의 이면에는 독점과 종속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당시 전신(전보)은 최첨단의 기술이었지만 대륙을 건너지 못했다. 바닷물에 견딜 수 있는 해저 케이블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나라가 영국이다. 바닷물에서도 부식되지 않는 절연체 '구타페르카'를 개발하며 해저 케이블 시장 80% 이상을 독점했다. 이후 영국은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자국령만 경유하는 전 세계 해저 전신 네트워크 '올 레드 루트(All Red Route)' 정책을 추진했다. 

지구상의 모든 주요 통신 트래픽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신을 통해 세계 정보망을 장악한 영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국가의 통신을 차단하며 지배력을 행사했다. 1차 세계 대전 발발 직후 영국은 독일, 아메리카대륙, 아프리카를 잇는 독일의 주요 해저 케이블을 절단했다. 오직 정보는 영국만 독점했다.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다.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거문도를 불법 점령하고 해저 전신망 기지를 세웠다. 거문도와 홍콩, 상해를 연결하는 통신망을 구축해 동아시아의 정보 마저 독점했다. 

이처럼 기술이 특정 국가나 소수 기업에 독점될 때, 그 기술을 쓰는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기술적 식민지'로 전락한다. 한세기가 지난 지금 인공지능(AI) 혁명이 새로운 기술 종속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외산 AI를 쓰는 현실도 그래서 위험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가장 고도화된 AI 모델을 이용하려는 행태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무한 경쟁 체제에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무기를 외면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전 사업장에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자체 AI 기술력을 가진 네이버 역시 서비스 다각화와 글로벌 생태계 편입을 위해 외산 AI 기술을 투 트랙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종속의 청구서'는 치명적이다. 만 19~69세 성인의 80% 가까이가 생성형 AI를 경험하고, 대다수가 특정 외산 모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구조는 이미 종속에 가깝다. 글로벌 빅테크의 시스템 위에 우리 산업의 뼈대를 세우는 AX(AI 전환)은 더 깊게 종속되는 계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미국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앤스로픽의 고성능 보안 AI 모델에 대해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내렸다. 외산 AI의 일시적인 서버 장애, 서비스 정책 변경,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수출 통제가 발동될 때마다 대한민국의 일상과 일터가 흔들린다. 

이 거대한 기술 지배력의 쇠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 바로 '소버린 AI(자주권을 가진 AI)'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 구축이다. 소버린 AI는 단순히 '국산 기술의 자존심'을 세우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파제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생존이 걸린 전략 자산이다. 글로벌 거대 자본과 기술력의 공세에 맞서 우리만의 기술 기지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시대의 거대한 종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기술 주권이 곧 국가 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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