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에 시동을 건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 중심의 HBM 공급 전략을 AMD와 브로드컴, 구글 등 주요 AI 반도체 고객군으로 넓히는 방안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마무리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글로벌전략회의에서 하반기 HBM 공급 확대와 장기공급계약 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HBM3E 공급 확대와 차세대 제품인 HBM4·HBM4E 양산 및 고객사별 물량 배분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 사업의 무게중심을 공급 확대와 고객 다변화에 두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AI 가속기와 고성능컴퓨팅(HPC) 서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최대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엔비디아향 공급 확대다. 엔비디아는 AI GPU 시장의 절대 강자로 HBM 수요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입지를 넓힐 경우 HBM 경쟁력 회복의 상징적 성과가 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한 곳에만 기대지 않는 전략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AMD는 AI 가속기 MI 시리즈에 HBM을 탑재하는 주요 고객군이다. 브로드컴은 구글 등 빅테크의 맞춤형 AI칩을 설계하는 핵심 파트너로 HBM 수요와 직접 연결돼 있다. 구글 역시 TPU 등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고 있어 삼성의 잠재 고객군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들 고객을 대상으로 HBM3E와 HBM4 공급 시점, 사양, 가격, 장기 물량 계약을 함께 조율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GPU 중심에서 맞춤형 반도체와 자체 AI 가속기로 확산되면서 HBM 고객 구조도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공급계약은 고객사에는 안정적인 조달을, 삼성전자에는 수요 가시성과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HBM4와 HBM4E도 하반기 전략의 중심이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 출하에 이어 다음 세대 제품인 HBM4E 샘플 출하까지 진행하며 차세대 HBM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4 이후에는 메모리 성능뿐 아니라 베이스 다이, 패키징, 발열 제어, 파운드리 연계 역량까지 종합 경쟁력이 중요해진다.
삼성전자에는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은 D램 시장의 강자지만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을 앞세워 주도권을 잡아왔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HBM 공급 확대와 고객 다변화에 성공하면 메모리 1위의 체면을 회복하는 동시에 AI 반도체 시장에서 반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파운드리와의 시너지도 관전 포인트다. HBM4 이후 제품은 베이스 다이 성능이 중요해지면서 메모리와 로직 기술의 결합이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가진 종합반도체 기업이다. 고객사별 맞춤형 AI칩 수요가 확대될수록 메모리 공급과 패키징, 파운드리 협력을 묶은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수요가 커지면서 HBM은 이제 특정 고객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AI 반도체 고객군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 공급 확대와 고객 다변화를 통해 주도권 회복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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