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는 투혼과 조직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4강 신화는 지금도 한국 스포츠사의 가장 빛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2026년의 한국 축구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대표팀을 구성하고, 젊은 선수들은 더 이른 나이에 해외 무대에 도전한다. 국내에서 성장해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모습은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과도 닮아 있다. 한국은 넓은 영토나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발전한 나라가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문화콘텐츠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인재와 기술 덕분이었다. 국내에서 실력을 키우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한국 산업과 한국 축구가 공유하는 성공 공식이다.
월드컵은 그런 의미에서 국가 경쟁력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선수 개개인의 재능만으로 성적이 결정되지 않는다. 유소년 시스템과 지도자, 학교와 지역사회, 프로 무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산업도 다르지 않다. 기업 한 곳의 노력만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는 없다.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와 경험이 축적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도 여기에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다. 운동장을 잃은 지역에서는 국가대표 선수가 나오기 어렵고, 연구 기반이 약해진 사회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화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국가 경쟁력은 사람을 키우는 환경에서 나온다. 최근 우리 사회가 도전보다 안정, 투자보다 단기 성과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실패, 수많은 훈련과 경쟁이 쌓여 월드컵 무대에 선다.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연구자와 기업인, 창작자들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친다. 재능은 출발점일 뿐이다. 그 재능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결국 더 강한 경쟁력을 갖는다.
멕시코전 승패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의 대표팀을 만든 토양을 지켜내는 일이다. 월드컵은 한 나라가 무엇으로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한국이 세계 속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이유도, 앞으로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경쟁의 기회를 넓히는 것. 그것이 월드컵이 보여주는 한국의 진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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