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 16일 연합뉴스와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일부 교사들은 지난 12일 수업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과 함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한국 대표팀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 측이 이를 문제 삼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커졌다. 한 학생은 온라인에 성명문을 내고 “월드컵 시청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과 정서적 유대를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라는 취지로 학교 측 대응을 비판했다.
이후 경북도교육청은 연합뉴스에 "학교 측이 현재 학교 내부 분위기가 안정을 되찾은 상태로 보고 있으며, 외부에서 논란이 계속 확산하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성명문을 발표한 학생이 심리적으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자극적인 내용만 부각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우선 교사와 학생들을 옹호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월드컵이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인 만큼, 학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한 누리꾼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교실에서 월드컵을 본 기억은 평생 간다. 모든 수업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잠시 함께 응원한 것까지 문제 삼는 건 너무 빡빡하다”고 반응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국가대표 경기를 보는 게 왜 잘못이냐”, “이런 경험이 오히려 애들한테 오래 남는다”,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공동체 감정도 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 마음을 헤아린 것 같은데 너무 강하게 몰아가는 분위기는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학교 측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방식이 더 부드러웠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업 진도나 소음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부터 기준을 정하면 되는 일”, “교사 명단을 파악하는 식으로 느껴지면 당연히 학생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반면 학교 측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고등학교는 내신과 입시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이고, 기말고사를 앞둔 상황이라면 수업 시간을 임의로 바꾸는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월드컵이 특별한 건 맞지만, 보고 싶지 않은 학생도 있을 수 있다. 교실 전체가 응원 분위기가 되면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선택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학교에서 단체로 보려면 사전에 공지하고 학사 일정 안에서 조율했어야 한다. 교사 개인 판단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억도 중요하지만 시험을 앞둔 시기라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있다”, “월드컵이라고 모든 수업을 멈추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되면 곤란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번 일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학교 문화가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학생들이 학교를 기억할 때 성적표만 떠올리는 건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소리 지르고 웃었던 순간도 학교생활”이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요즘 학생들이 얼마나 지쳐 있는데, 잠깐의 응원까지 문제 삼으면 학교가 너무 숨 막힌 공간이 된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해서 절차를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정규 수업을 다른 활동으로 바꿀 때는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교사 재량도 중요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같은 기회와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스포츠 이벤트가 교육적 의미를 가지려면 사후 활동이나 토론 등으로 연결됐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이번 논란은 월드컵이라는 국민적 관심사와 학교라는 규칙의 공간이 충돌하면서 커진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학생들에게 월드컵 단체 시청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수업권과 학습권, 학교 운영 원칙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교사들을 몰아붙이는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수업 시간 운영에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이유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는 비슷한 국제 스포츠 행사나 사회적 관심사가 수업 시간과 겹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사전에 학교 차원의 기준을 정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내한 뒤, 원하는 학생과 원하지 않는 학생 모두를 배려하는 방식이 마련된다면 같은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 월드컵 시청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교육 현장의 유연성, 교사 자율성, 학생 학습권, 학교 관리자 역할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별한 순간을 함께 나눈 학생들의 기억과 정규 수업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 사이에서, 학교가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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