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일터, 사라지는 청년] 日은 재고용, 유럽은 세제 혜택…韓은 아직 '정년 논쟁'

  • 해외는 노동시장 개혁 병행하며 연착륙

  • 한국은 정년연장 찬반 공방에 머물러

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청년 고용 위축과 기업 부담 확대 우려도 여전한 만큼 주요 선진국처럼 계속고용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고용법상 현행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88.3%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년연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와 별개로 청년고용 위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 40~60대에서는 42.7%가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직무가 달라 일자리 잠식 우려가 크지 않다'고 응답했지만, 20~30대에서는 '청년 고용대책이 선행돼야 한다'(36.0%)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이 같은 고민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주요 선진국들도 고령층 고용 확대 과정에서 청년고용과 기업 부담 문제를 함께 고민해 왔다. 다만 이들 국가는 정년 연장 자체보다 '어떻게 더 오래 일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정년 후 재고용 방식을 중심으로 '60세 정년→65세 고용 확보→70세 취업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고용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했다. 특히 65세 고용 확보 제도는 법정 의무화까지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됐으며, 적용 대상 연령도 3년마다 1세씩 높이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유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정년 연장보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금·세제·노동시장 제도를 연계해 은퇴 이후에도 일할 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독일은 법정 은퇴 연령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고령층의 자발적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정년 연장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중심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자칫 상층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계속고용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경제 전반에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속고용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고령층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생산성을 유지한 채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성장 둔화를 완화하고 개인의 소득 안정성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65세까지 계속고용 가능해질 경우 향후 10년간 경제성장률이 누적 기준 0.9~1.4%포인트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계속고용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 등을 함께 추진하는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년 연장을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호봉제 중심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개편하지 않은 채 정년만 늘리는 것은 기업의 자생력을 깎고 청년 실업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계속고용을 추진하되, 임금 체계 개편 및 청년 채용 인센티브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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