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중립국 위치를 유지하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막후에서 중재해온 페르시아만 소국 오만이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쉽게 말해 "어느 편인지 정하라"는 압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만을 날려버리겠다(blow out)는 표현까지 썼다.
오만과 미국의 관계는 200년 가량 된다. 미국 역사사무국은 양국이 서로를 상호 인정한 것이 1833년이고, 1880년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 첫 미국 영사관이 세워졌다고 기록한다. 폭스뉴스는 최근 보도에서 오만이 미국과 긴밀한 안보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란과도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이 지역의 주요 중재자로서 역할을 맡아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만은 미국-이란 핵협상을 중재했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예멘 후티반군과의 협상에서도 관여해 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번 미·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시작되면서도 오만 당국자들은 이란과의 비공식 채널을 가동하는 데 서둘렀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전쟁 후 휴전 과정에서 걸프 지역의 항로를 재개방하는 데도 오만의 확고한 중립성이 도움이 됐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하지만 오만의 중립국 스탠스는 역효과(backfire)를 낳기 시작했다. WSJ는 미국이 오만의 대(對) 이란 정책이 점점 미국에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오만에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정하라며 이란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란 정부가 오만과 함께 선박 통행료를 징수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관리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 같은 의심에 불을 질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만은 다른 모든 국가처럼 행동해야 할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날려버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오만 정부는 이 같은 이란의 계획을 거듭 부인했다.
커져 가는 미국의 '노선 정하기' 압력에 대해 오만 정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압둘라 알하라시 정보부 장관은 "오만은 안정 증진, 혼란 방지, 공유된 전략적 이익 보호를 위해 미국 등 책임 있는 파트너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WSJ는 "오만은 평화를 지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오랜 동맹인 미국과 (호르무즈) 해협의 강력한 이웃 국가인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지만, 오늘날 양측 모두로부터 사업할 상대로서 입지를 잃어 가고 있다"고 봤다. 현재 오만 관리들은 갑작스러운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충격을 받은 입장으로 전해졌다.
오만 입장에서도 당장 중립국 스탠스를 버리기도 어렵다. 당장 미국 편을 들면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처럼 이란의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오만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에 가담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빌미로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오만은 다시 한 번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일 이란 국영 IRNA 통신을 인용, 이란과 오만 당국이 테헤란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부 차관은 "이란과 오만만이 호르무즈 해협에 '주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오만은 미국의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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