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400 돌파' 최고치에 매도 우려 덜어낸 국민연금…국내주식 목표 비중 20.8%로

  • 기금위, 제5차 회의서 '중기자산배분안' 의결…국내주식 비중 14.9%→20.8%로 상향

  • 오늘(29일) 코스피, 전장 대비 3.55% 폭등한 8476.15 마감…역대 최고치 경신

  • 국민연금 1분기 적립금 1526조원 돌파…중동전쟁 악재 뚫고 4.42% 수익률

사진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이 최근 국내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반영해 올해 국내주식 보유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 조정한 가운데 29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의 연기금 매도 공포를 덜어냈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올해 초 발생한 중동 전쟁 여파를 뚫고 1분기에만 4%가 넘는 견조한 운용 수익률을 올리며 기금적립금 1500조원 시대를 돌파했다.
 
기금위, 국내주식 비중 14.9%→20.8%로 상향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제5차 회의를 열고 올해 자산군별 목표 비중 현실화 안건과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당초 국민연금이 설정한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4.4%였지만 코스피 상승세에 따라 지난 1월 한 차례 14.9%로 상향된 바 있다.

그러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증시의 유례 없는 랠리가 이어지면서 올해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실제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24.5%(약 395조원)까지 치솟았다. 기존 목표치에 맞추려면 최대 155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장 "기계적 매도 부담 완화…긍정적 영향 전망"
실제로 29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290.86포인트(3.55%) 폭등한 8476.15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유 비중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기금위는 상향 조정 4개월 만에 전날 목표 비중을 20.8%로 다시 한번 대폭 늘리고 전략적자산배분(SAA)과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 범위를 합쳐 최대 25.8%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증시를 누르던 수백조원대의 매물 폭탄 우려를 해소했다.

기금위는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 기금의 장기 수익성·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목표 비중 조정을 통해 기금 유지를 위한 기계적 매도(리밸런싱)를 줄여 국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변경된 비중은 리밸런싱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다음 달 말부터 적용된다.

이와 함께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내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하루 최대 리밸런싱 규모는 축소하는 등 운용 규칙을 개선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올해와 내년 20.8%로 현실화되고 기계적 매도 부담이 완화됐다"며 "이는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던 연기금 매도 공포를 유의미하게 걷어내고 국내 주식시장 방향성에 중립 이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조정 배경엔 '압도적 운용 성과'…국내주식이 '1등 공신'
이 같은 자산배분 조정의 배경에는 최근 국민연금이 거둔 압도적인 운용 성과가 자리 잡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이날 발표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지난해 말 대비 68조원 증가한 152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운용수익률은 4.42%(금액가중수익률)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주요 연기금인 노르웨이(GPFG·-1.9%), 네덜란드(ABP·-0.5%) 등이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양호한 성과다. 과거 전북 전주 이전 당시 제기됐던 인력 유출과 운용 경쟁력 약화 우려를 완전히 뒤로하고 글로벌 최정상급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자산군별 1분기 수익률은 국내주식 21.67%, 해외주식 -0.11%, 국내채권 -2.03%, 해외채권 4.98%, 대체투자 5.27%로 집계됐다.

지표에서 보듯 전체 수익률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국내주식이었다. 지난 2월 말 미·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로 해외주식이 일부 조정을 받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년 말 대비 5.36% 하락하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은 반도체 중심 랠리로 19.89% 상승하며 국민연금에 두 자릿수(21.67%) 성과를 안겼다.

채권의 경우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상승(국고채 3년물 전년 말 대비 +60.4bp, 미국채 10년물 +18.1bp)하면서 국내채권 평가 가치는 하락했으나, 해외채권은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가 반영되며 양의 수익률을 지켜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분기 운용수익률은 중동 전쟁 여파로 2월 말(10.26%) 대비 다소 조정이 있었으나 현재는 다시 빠르게 회복해 양호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의 소중한 노후를 책임지는 장기투자자로서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운용철학과 철저한 위험관리로 수익률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외·대체 투자 비중 확대도 효자 노릇 '톡톡'
국민연금의 이 같은 독보적 질주는 단기 요인 때문이 아니다. 2022년 글로벌 자산 폭락기 당시 8.22%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장기 자산 배분 전략에 따라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체력이 빛을 발했다. 2023년 13.59%, 2024년 15%, 지난해 18.82%로 수익률이 가파르게 반등한 이유다.

특히 고금리와 공실률 상승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 연기금들과 달리 대체투자 부문(2024년 17.09%, 지난해 8.03%)에서 거둔 방어력도 주목할 만 하다. 인공지능(AI) 관련 미국 빅테크 주식 투자와 강달러 수혜가 맞물린 가운데 국민연금이 투자한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테헤란로 센터필드 등 국내 핵심 업무지구 오피스 빌딩들이 탄탄한 임차 수요와 낮은 공실률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아울러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던 해외 부동산 자산인 캐나다 토론토 CIBC스퀘어 타워2(완공 전 임대율 100%), 홍콩 코즈웨이베이 타워535(임대율 96%) 등도 순차적으로 정상화되며 자산 건전성을 전면 회복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처럼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을 6.5% 수준으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기금 고갈 시점을 당초 예상(2057년)보다 33년 늦춘 2090년까지 이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계 목소리도 여전…"증시 부양 카드 남용 안 돼"
수급 안정과 높은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여전히 경계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오늘 코스피 8400선 돌파로 당장의 매도 충격은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노후 자금을 위험성이 큰 신흥국 주식 시장의 '증시 부양 카드'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포인트를 돌파했던 2021년 '동학개미운동' 당시의 트라우마가 언급된다. 당시에도 국민연금은 여론과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밀려 국내주식 비중을 높였지만 고점에서 차익을 실현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이듬해(2022년) 국내주식 -22.76%, 전체 기금 -8.22%라는 막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향후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주가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경우 늘어난 비중만큼 국민연금이 고스란히 독박을 써야 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김성주 이사장은 비판적 시각에 강력히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을 국내 주식 부양용으로 활용한다거나 정책적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며 "시장이 좋아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이 장을 포기하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채권 시장으로 갈 수는 없다.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금위는 중장기적으로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해 위험을 분산하는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확정된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2031년 말 기준 최종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다. 시장 상황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내년도(2027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올해 상향된 수치와 동일한 20.8%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중기자산배분은 최근의 급격한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되는 기금운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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