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원의 글로벌 렌즈]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난달 3일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일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주 국회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가 한불 수교 140주년과 회의소 설립 40주년을 기념하는 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주최 측은 굳이 국회를 행사 장소로 선택한 이유로 '민주주의의 상징'과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들었다. 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관계의 근간에 자리 잡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에 큰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 등 각종 첨단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드문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중 경쟁과 중동 전쟁 등으로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 진영 국가들은 단순히 '값싼 생산기지'가 아니라 믿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하고 있다.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믿을 수 있으면서도 실질적 역량까지 갖춘 국가'이기 때문이다.

산업 경쟁력만 강하다고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있다. 기술과 자원을 무기화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움직임 속에서 민주주의와 법치, 시장 질서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의 연대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대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만 외치면서 산업 경쟁력이 부족하면 공급망 위기 속에서 실질적 협력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낸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물론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된다.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 대의제 불신 현상이 심화되며 일각에서는 독재 체제가 효율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표현의 자유와 법치, 권력 견제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결국 내부 부패와 폭력, 경제 왜곡으로 무너졌다. 자유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정치 체제 중 개인과 집단 모두에게 최선의 시스템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 역시 그 사실을 몸으로 증명해왔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고, 외환 위기와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유지하며 성장해왔다. 그렇기에 자유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 경제와 국제적 신뢰를 만든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과정이다. 전 세계적인 AI 혁명 속에서 우리 역시 새로운 산업화 노력을 해야 하고, 민주주의 역시 끊임없이 지켜내고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국민에게 총칼을 겨눈 내란을 옹호하는 움직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했던 과거의 권위주의적 유산이 완전히 청산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 논의조차 번번이 벽에 부딪히는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결국 선거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중앙 정치의 거대한 이슈에 가려 지방선거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곤 하지만, 민주주의는 결국 지역과 일상의 참여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무관심과 체념 속에서 조금씩 약해진다. 반대로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더욱 강해진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경제력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 전쟁부터 시작된 수많은 희생 끝에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지금도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라는 점이야말로 반도체 못지않은 한국의 강력한 자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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