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한국 경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며 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가 다시 한 번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징후들도 적지 않다.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 자산시장 자극, 물가 불안 가능성 등 구조적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쏠림’이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과 설비투자, 기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업황 회복은 곧 경제 전반의 반등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그만큼 경기 변동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지금의 호황이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라는 외부 요인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수요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유동성의 흐름이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은 금융시장 전반의 기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자산시장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증시 활황과 맞물려 시중 자금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 자금이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기보다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다. 과거에도 산업 호황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연결된 사례는 반복돼 왔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대 심리까지 자극되면 집값 불안은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
물가 역시 안심하기 이르다. 반도체 호황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수요 회복과 투자 확대는 내수 측면의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 수입물가 상승이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환경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호황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문제를 가려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호황기일수록 구조적 취약성을 점검하고 다음 사이클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산업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중장기 전략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기업 투자 확대가 고용과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만 체감경기 개선도 가능해진다. 지금의 호황이 또 다른 불안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보다 냉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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