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반도체 슈퍼사이클, 부동산 쏠림으로 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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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올 초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했고, 삼성전자 역시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 속에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AI 경쟁의 중심에 한국 반도체가 서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이 호황의 과실이 산업 경쟁력 강화보다 부동산 기대심리로 먼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주택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용인 수지와 성남 분당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고소득 반도체 종사자들의 현금 동원력이 커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집값을 자극한 결과다. 산업 호황이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기업이 돈을 벌고, 직원이 보상을 받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 순환이다.

그러나 호황이 곧바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해석은 위험하다. 정작 반도체 생산 거점인 이천과 평택의 주택시장은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반면 수지와 분당처럼 서울 접근성, 학군, 생활 인프라를 갖춘 상급지는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은 반도체 머니라도 흘러가는 곳은 달랐다. 공장과 가까운 곳이 아니라 자산가치가 이미 검증된 곳으로 돈이 이동한 것이다. 이는 반도체 호황이 지역 균형 발전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쏠림이다. 반도체는 지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다. 수출과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하지만 한 산업의 호황에 경제 전체가 지나치게 기대는 구조는 언제나 위험하다. 슈퍼사이클은 말 그대로 사이클이다. 정점이 있으면 하강도 있다. 과거 메모리 호황 역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앞에서 여러 차례 꺾였다. 지금의 AI 메모리 수요가 강하다고 해서 영원한 호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은 다음 사이클을 버틸 산업 체력으로 쌓여야 한다. 연구개발, 인재 양성,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강화, 수출 품목 다변화에 더 많이 흘러가야 한다. 그런데 막대한 유동성이 몇몇 상급지 아파트로 빨려 들어간다면 호황의 의미는 퇴색된다. 산업의 성과가 자산 격차를 키우는 연료로 쓰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도 더 정교해져야 한다. 성과급발 기대심리에 기대 일부 지역 가격 상승을 방치하거나, 반대로 전체 시장을 일률적으로 누르는 방식은 답이 아니다. 실제 일자리가 생기는 곳, 실수요가 머무를 수 있는 곳,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함께 갖춰지는 곳에 공급과 주거 기반이 닿아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역의 이름만 빌린 개발 호재로 소비되고, 정작 주거 수요는 기존 상급지로만 빠져나간다면 산업단지와 주택시장의 괴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찾아온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기회는 관리하지 않으면 착시가 된다. 기업 실적은 좋아지는데 내수와 건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여전히 어렵고, 성과급은 상급지 집값만 밀어올린다면 그것은 건강한 성장이라 보기 어렵다. 슈퍼사이클의 과실이 부동산 쏠림으로 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업 호황을 산업의 체력으로, 지역 일자리를 지역의 주거 안정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지금 필요한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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