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한·중·일 우주 경쟁 격화…아시아판 우주전쟁이 시작됐다

우주가 더 이상 과학자의 연구실에만 머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우주는 군사력과 경제력, 산업 패권과 국가 안보가 동시에 충돌하는 전략 공간이 됐다. 미국과 중국의 우주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에서도 한국·일본·중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우주전쟁’의 막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에 이어 우주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전장이 된 것이다.
 
최근 일본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일본 방위성은 우주 영역 전담 조직인 ‘우주작전단’을 880명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항공자위대 명칭도 ‘항공우주자위대’로 바꾸고, 위성 간섭 감시와 우주 정보 수집, 극초음속 미사일 추적 체계까지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 우주군과 연계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우주를 사실상 새로운 군사 작전 공간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급격한 우주 굴기가 있다.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인 달 착륙과 달 남극 탐사까지 추진 중이다. 중국의 군사 위성 숫자는 이미 200기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위성 기반 정찰과 통신, 전자전 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 기지 구축을 추진하자 중국도 창어 7호를 통해 달 남극 물과 자원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우주 경쟁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단순한 정부 프로젝트 차원을 넘어 민간 기업까지 결집시키고 있다. 미쓰비시와 미쓰이 계열 기업들은 차세대 우주정거장 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우주산업처럼 천문학적 비용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기존 재벌 간 경쟁보다 국가 차원의 연합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누리호 성공은 단순한 로켓 발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독자적으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는 선언이었다. 우주항공청 출범 역시 국가 전략 산업으로 우주를 육성하겠다는 신호다. 최근 국내에서는 민간 투자사와 기업들도 우주산업을 미래 핵심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한국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은 국가 총력전 체제로 움직이고 있고 일본은 수십 년 동안 기술을 축적해 왔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단기 성과 중심 정책과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리는 연구개발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주산업은 5년짜리 정치 사업이 아니다. 최소 20~30년을 내다보는 초장기 전략 산업이다.
 
우주를 장악하는 국가는 미래 산업 인프라와 안보 주도권을 함께 가져가게 된다. 저궤도 위성망은 미래 6G 통신의 핵심이고,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까지 시작됐다. 앞으로 우주는 반도체 이상의 전략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민간 우주 생태계가 아직 취약하다. 미국의 스페이스X처럼 민간 기업이 산업 전체를 끌고 가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 예산 의존 구조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발사체와 위성, 우주 통신과 탐사 기술을 동시에 키우고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장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판 우주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속도를 높이고 일본은 군사 우주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우주를 먼저 장악하는 국가가 미래 질서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시대다. 한국이 지금처럼 머뭇거리면 미래 우주 질서에서 주변부 국가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주는 더 이상 꿈의 공간이 아니다. 국가의 다음 50년 먹거리가 걸린 현실의 산업 전쟁터다.
 
사진우주항공청
[사진=우주항공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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