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대표는 “목표는 높게, 자세는 낮게”라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겸손을 강조한 이 표현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흔히 등장하는 수사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유권자의 눈높이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말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책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국정 운영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제시된 ‘5극 3특’ 구상 역시 지방 권력의 협조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권력 재편을 넘어 국가 정책의 추진력을 좌우하는 성격을 띤다.
민주당이 이번 선대위에서 중앙 조직을 간소화하고 지역 조직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이다. 선거의 무게 중심을 중앙 정치에서 현장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방선거는 지역 경제와 생활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유권자 역시 거대 담론보다 체감 가능한 변화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전략의 방향이 아니라 내용이다.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과 인물로 승부할 것인가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보조 기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행정 주체다. 단순히 정권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유권자의 선택을 얻기 어렵다. 지역별로 상이한 경제 상황과 인구 구조, 산업 기반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선거 프레임 역시 신중하게 다뤄야 할 요소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 수호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구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지방선거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지역 유권자가 실제로 직면한 문제는 일자리, 주거, 교통, 교육과 같은 생활 의제다. 정치적 구호만으로는 이러한 요구를 대체할 수 없다. 메시지는 단순해야 하지만,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결국 선거의 핵심은 생활 정치다. 지역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청년과 자영업자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인구 감소와 산업 전환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중앙정부와의 협력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지역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물 경쟁력 또한 중요한 변수다. 민주당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를 선대위에 포함시키며 ‘다양성과 혁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평가받는 것은 상징이 아니라 실행 능력이다. 행정 경험과 정책 이해도,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메시지는 힘을 잃는다. 유권자는 더 이상 정당의 간판만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
정치 환경 역시 변수로 작용한다. 여야 간 대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선거는 쉽게 진영 대결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까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 행정은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선거 과정에서 과도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 선거 이후 행정 운영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청래 대표가 강조한 ‘겸손’은 결국 권력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겸손은 표현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실제로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 때 비로소 정치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지만 방향을 설정하기에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내용이다. 선거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민주당이 내세운 메시지가 실제 정책과 실행으로 이어질 때, 유권자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구호가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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