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찾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각각 회동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BOJ가 최근 대규모 엔 매수 개입에 나선 직후 이뤄지는 회동이어서, 엔저 대응을 둘러싼 미·일 공조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7일 복수의 미·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베선트 장관이 11일부터 3일간 일본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배석에 앞서 일본에 들른다. 12일에는 다카이치 총리, 가타야마 재무상, 우에다 BOJ 총재와 각각 회담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회담에서는 엔저 문제와 함께 희토류, 에너지 조달 등 경제안보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닛케이는 중동 정세 악화와 맞물린 이란 문제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약달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베선트 장관은 투기적 엔 매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엔 매도 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달러는 강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미국 재무부가 올해 1월 실시한 '레이트 체크(환율 조사)'가 일본 정부 요청이 아니라 베선트 장관 주도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통상 금리 상승은 엔화 투자 매력을 높여 엔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금리 상승과 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등 투기적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미 국채 매도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연휴 기간이던 6일 오후 엔화는 1달러=157.80엔 부근에서 약 30분 만에 155엔 안팎까지 2.80엔가량 급등했다. 앞서 1일과 4일에도 같은 패턴의 급등이 나타나면서, 일본 정부 및 BOJ가 연휴 중 추가 개입에 나섰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방어선으로 의식하는 개입 라인이 160엔대에서 157엔대로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4월 30일 실제 개입이 이뤄진 시점은 160.70엔대였지만, 이후 1일·4일·6일 세 차례 급등의 출발점은 모두 157엔대였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외환전략가는 닛케이에 "최종 방어선은 160엔이지만, 157엔대도 1차 방어선처럼 지키려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오카산증권의 다케베 리키야 선임 전략가는 당국이 엔·달러 환율을 150~155엔대에서 관리하려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개입 규모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BOJ가 1일 공표한 7일자 당좌예금 잔액 전망에서 외환 개입이 반영되는 '재정 등 요인'은 9조 4800억 엔(약 88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기금융사들이 개입이 없다는 전제 아래 사전 추산한 4조~4조5000억 엔 감소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닛케이는 이 차액에 해당하는 약 5조 엔(약 46조4200억원)이 지난달 30일 엔 매수 개입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 당국은 이번 개입에 앞서 시장에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개입 전 "단호한 조치를 취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고,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도 "사실상 마지막 경고"라고 말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마치다 히로유키 디렉터는 닛케이에 당국이 개입 경계감을 높인 뒤 실제 시장 개입에 나서 엔화 매수 흐름을 더욱 키우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 흐름이 근본적으로 꺾일지는 불투명하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무역적자 확대를 반영한 엔 매도·달러 매수 압력도 여전하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외환전략가는 "거시 환경에 변화가 없는 이상 155엔선을 밑도는 엔고가 자리 잡기에는 아직 이르고, 오히려 158엔을 향한 엔저 압력이 더 강하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선트 장관의 방일은 엔저와 시장 개입을 둘러싼 미·일 간 시각차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일본 당국이 연휴 중에도 시장과 탐색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일본의 엔화 방어를 용인할지가 향후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엔·달러 환율 흐름이 원·달러와 원·엔 환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