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ABC방송 리더에게 묻는다 – 유장희 국가원로회의 원지원(元智院) 원장]

  • "흔들리는 세계경제…한국의 해법은 '시장 다변화와 기업의 적응력'"

세계 경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쟁과 관세, 기술 경쟁이 동시에 겹치면서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한 기존 질서는 사실상 흔들리고 있다. 유장희 원장은 이를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질서의 전환’으로 규정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이 맞물리며 글로벌 경제는 복합 위기에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취약성도 드러난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와 제조·반도체·문화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글로벌 충격이 발생하면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유 원장은 이 문제의 해법으로 ‘시장 다변화’를 제시한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고, AI와 같은 신기술 수용력이 높다는 점에서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현재의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대응 전략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한국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국가이며,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장희 국가원로회의 원지원장 사진아주ABC방송 화면캡쳐
유장희 국가원로회의 원지원장 [사진=아주ABC방송 화면캡쳐]

-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 둔화나 침체 국면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국제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구조적 전환기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가 일정 부분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갈등, 그리고 미국의 관세 정책까지 겹치면서 경제와 안보가 하나의 구조로 결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 혁신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기업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경기 대응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문제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수요와 공급, 금리와 재정 정책으로 조정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위기는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질서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질서 변화는 짧게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1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장기적 흐름으로 봐야 합니다.”
 
 
-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린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자유무역 체제는 1995년 WTO 출범 이후 약 20년 동안 매우 안정적인 성장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각국이 비교우위에 따라 생산하고 교역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세계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미중 갈등입니다. 특히 중국이 WTO 체제를 활용하는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을 통해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공정성이 훼손됐고, 미국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정책이 본격화됐고, 이후 미중 갈등이 구조화됐습니다.
지금 상황은 단순한 통상 마찰이 아닙니다. 기술, 안보, 산업 정책까지 모두 연결된 ‘패권 경쟁’입니다. 그래서 쉽게 해결되기 어렵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 최근 중동 사태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중동 문제는 항상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그 이유는 에너지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동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이는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집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이는 정책 대응이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더 오르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 갈등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시작보다 끝내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가 훼손된 경우 복구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단기 충격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 한국 경제의 현재 위치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경제는 객관적으로 보면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고 있고, 반도체, 제조업, 바이오,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취약한 부분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수출 비중이 높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큽니다.
이 구조에서는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그 영향이 매우 빠르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 바로 수출이 줄어들고, 이는 곧바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칩니다.
즉, 한국 경제는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구조입니다. 경쟁력은 있지만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다변화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축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물론 이 두 시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위험합니다.
앞으로는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이들 지역은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시장 다변화는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전략이 아닙니다.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특정 국가의 상황에 따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적응력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합니다. 이런 특성은 글로벌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AI 시대에서도 이 강점은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IT 활용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AI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원천 기술에서는 선진국과 격차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활용과 응용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 점이 한국 기업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 한미 경제 협력의 중요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미 협력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은 첨단 기술, 금융, 제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자유시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 기반이 안정적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관세 문제나 산업 정책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협력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는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반도체, AI, 바이오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조선과 방산 산업은 어떤 전망을 보십니까.
“조선 산업은 매우 흥미로운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의 조선 산업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진출하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방산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안보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방산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 두 산업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 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입니다.
위험 요소도 있지만 동시에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고급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매우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단순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 AI 시대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떻게 보십니까.
“AI는 모든 산업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한국은 원천 기술에서는 뒤처질 수 있지만, 응용 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과 콘텐츠 산업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면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와 기업이 함께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 장기적으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인구 절벽, 인재 절벽, 노동 절벽입니다.
특히 인재 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AI 시대에는 인재가 곧 경쟁력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인재가 부족하고, 동시에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성장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 그럼에도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한국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국가입니다. 제조업, 기술, 문화, 방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한국 제품과 기업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가 높습니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방향만 잘 잡는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유장희 원지원 원장: 유원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경제·통상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학계와 정책 현장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을 비롯해 다수의 경제·통상 관련 기관을 이끌며 한국의 대외경제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한미 경제협력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 및 기업 네트워크와 협력하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반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국제 경제 질서 변화와 통상 정책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온 그는 미중 갈등, 보호무역 확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주요 이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 원장은 학자로서의 분석력과 정책가로서의 현실 인식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경제 정책과 기업 전략에 적용 가능한 해법을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현재도 국제경제 흐름과 한국 경제의 대응 전략을 연구하며, 기업과 정부를 잇는 조언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특히 ‘시장 다변화’와 ‘기업 경쟁력’을 한국 경제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해왔다. 글로벌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업의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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