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오세훈이 바꾼 맑은 서울하늘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서울의 하늘은 언제부터 이렇게 맑고, 푸르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매일 숨을 쉬면서도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맑은 하늘 아래 출근하고, 한강변을 걷고, 아이 손을 잡고 공원을 거닐면서도 '왜 서울 공기가 예전보다 좋아졌을까'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원래 그렇다. 너무 익숙한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공기의 고마움처럼 말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서울의 하늘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매연으로 하늘은 회색빛이었고, 콧속과 흰 와이셔츠 깃은 매일 새까맸다. 또 봄이면 황사와 매연이 뒤섞였고, 겨울이면 목이 칼칼했다. 출근길 버스 뒤에서는 검은 매연이 뿜어져 나왔다. 당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60㎍/㎥, 초미세먼지(PM2.5)는 30㎍/㎥ 수준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미세먼지 비상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울은 달라졌다. 6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는 18㎍/㎥까지 떨어졌다. 20년 새 약 40% 감소했다. 미세먼지는 47% 줄었다.
 
 그 출발점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던 오세훈은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정치를 하기 전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했다. 그는 국회 입성 이후 수도권 대기질 개선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수도권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다. 2003년 제정된 이 법은 수도권 대기질을 국가 차원에서 개선하기 위한 첫 종합입법이었다. 그리고 이 법은 공교롭게도 오세훈이 민선 4기 서울시장으로 당선, 취임한 2006년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법을 만든 정치인이 직접 그 법의 첫 집행자가 된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었다. 중앙정부 예산 지원 구조를 법 안에 명확히 담았다는 점이다. 당시 서울 시내버스는 대부분 디젤 차량이었다. 매연의 주범이었다. 그러나 버스회사 입장에서는 친환경 버스로 교체할 돈이 없었다. 여기서 이 법이 힘을 발휘했다.
 
 예를 들어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한 대 가격이 1억 원이라면 환경부가 절반인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서울시가 2500만 원을 부담하고, 버스회사는 나머지 2500만 원만 투자하면 됐다. 사실상 정부와 서울시가 친환경 버스 교체를 떠안은 구조였다.
 
 서울에는 시내버스가 약 8900대 있다.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그래서 당시 국회에서는 반발도 거셌다. 부산·대구·광주 등 비수도권 의원들은 "왜 수도권만 정부 지원을 받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법은 서울의 하늘을 바꿨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경유버스의 '탈디젤화'를 본격 추진했다. 2014년까지 8900여 대를 CNG 버스로 바꿨고, 이후에는 전기버스로 전환을 이어갔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의 약 23%는 전기버스다. 버스뿐 아니라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DPF(매연저감장치) 부착,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친환경보일러 보급 등도 함께 추진됐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정책은 선거용 이벤트로 되는 것이 아니다. 20년 가까운 지속성과 행정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오세훈이 있었다. 정치는 종종 눈앞의 논쟁에 묻힌다. 누가 말을 더 세게 했는지, 누가 상대를 더 공격했는 지가 뉴스가 된다. 그러나 시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것은 대부분 조용한 정책이다. 맑은 공기처럼, 시민들은 좋아진 뒤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느낀다.
 
 이번 6·3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시민들은 수많은 공약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누가 실제로 서울의 삶을 바꿨는가."
 
 서울의 하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년 전 잿빛이던 서울 하늘이 지금처럼 푸르게 바뀐 데에는 이유가 있다. 환경 활동가 출신의 한 정치인이 국회에서 법을 만들었고, 서울시장으로 취임해 그 법을 직접 실행했으며, 이후 20년 가까이 서울의 대기체질을 바꾸는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우리는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그리고 그 공기를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도 쉽게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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