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60일 시한’의 첫 고비다. 시한은 턱밑까지 차올랐으나 해답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교착, 협상도 결렬도 아닌 지연, 봉쇄도 전면전도 아닌 압박이 중동과 세계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평행선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먼저 멈추라 압박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다. 양측 모두 “시간은 내 편”이라 믿지만, 정작 시간이 지날수록 피를 흘리는 쪽은 당사국이 아닌 세계경제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뱃길이 아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유화학 원료와 금속 원자재가 흐르는 세계경제의 ‘경동맥’이다. 이곳의 봉쇄가 장기화하면 유가 상승은 물류비, 전기요금, 식품 가격, 제조원가를 타고 실물경제 전반으로 전이된다.
간신히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카드는 봉인되며, 신흥국은 재정과 외환위기라는 이중고에 직면한다. 로이터 등 외신이 전쟁 두 달 만에 개발도상국의 물가와 무역 지표에 ‘적색 경보’가 켜졌다고 타전하는 이유다.
호르무즈 봉쇄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뉴 노멀(New Normal)’이 된다면, 우리에게는 이 문제가 외교 뉴스가 아니라 민생 현안이 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은 모두 에너지와 물류라는 토대 위에 서 있다. 수출이 선전해도 수입 비용이 더 가파르게 오르면 국민경제의 체력은 순식간에 고갈된다.
누구 한쪽의 책임만 묻는 것은 공허하다. 이란의 해협 통제는 국제 해상질서를 뒤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며, 미국의 장기적 군사 압박 역시 세계경제를 인질로 삼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보에는 원칙이 필요하나, 그 원칙에는 반드시 절제가 수반되어야 한다. 힘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출구가 될 수는 없다.
5월 1일의 시한은 법적 절차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미국의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은 의회 승인 없는 군사작전을 60일로 제한한다. 이 절차가 우회되거나 무력화된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전쟁의 목적과 종료 조건이 실종된 채, 봉쇄와 보복이 반복되는 ‘소모전의 굴레’에 갇히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의 비극은 핸들을 꺾지 않는 두 차가 아니라, 도로 위에서 영문도 모른 채 끼어든 주변 차량들이 먼저 부서진다는 데 있다. 지금 세계경제가 딱 그 꼴이다. 유가, 물류, 식량, 환율이 모두 좁은 해협 하나에 묶여 숨을 몰아쉬고 있다.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에너지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물류 우회망 확보와 산업별 비용 충격 시나리오를 점검해야 한다. 외교적으로는 동맹의 틀 안에서 움직이되, 경제적 피해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목소리 내야 한다. 원칙은 해상 통행의 자유이며, 상식은 전쟁의 조속한 종결이다.
5월 1일이 지나도 포성은 멈추지 않을지 모른다. 진정 두려운 것은 세계가 이 비정상적인 상태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서울, 뉴욕, 도쿄의 주식 시장은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이며 기이한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봉쇄가 ‘예외’가 아닌 ‘상수’가 되는 순간, 세계경제는 위기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위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나라는 에너지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에너지에 기대어 성장을 일궈온 나라들이다. 한국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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