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자산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이 한마디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겉으로는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분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산업의 핵심 경쟁력과 미래가 걸려 있다. 이 문제를 단순한 노사 협상의 범주로만 보는 시각은 현실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분명 사기업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협력업체가 연결돼 있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민 자산이 깊숙이 얽혀 있다. 수백만 명의 소액 주주 또한 이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이해관계자다. 이런 구조에서 삼성전자의 이익은 특정 집단의 몫으로만 환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권리의 행사 방식과 그 파급 효과다.
김 장관은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는 한 번 이익을 내고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라는 지적은 핵심을 찌른다. 반도체는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전제되는 산업이다.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로 이어져야 한다. 이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이 산업에서는 현재의 성과와 미래의 준비가 분리될 수 없다.
노조가 제시한 성과급 요구 방식은 이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영업이익에 연동된 배분 구조는 단기 성과를 직관적으로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경기 변동에 따라 보상이 급격히 출렁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뚜렷하다. 특정 시기의 성과를 기준으로 고정적인 배분 구조를 설계할 경우, 이후 투자 계획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성과급 자체가 아니라 그 규모와 방식이다.
성과 공유는 필요하다. 기업의 성과는 구성원의 노력 위에서 만들어진다. 다만 그 기준은 단기 이익에만 묶여서는 안 된다. 중장기 성과를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투자 이후 창출되는 가치와 현금 흐름, 자본 효율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라면 단기와 장기 목표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이 마련될 때 갈등은 줄어들고 신뢰는 회복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의 현실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인텔과 일본 반도체 산업은 한때 세계를 주도했지만, 투자 시기와 전략 판단에서 뒤처지며 경쟁력을 잃었다. 이 사례는 노사 갈등의 결과가 아니라, 투자와 전략에서 한 번 밀리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처한 환경 역시 다르지 않다. 격차는 유지하기 어렵고,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든 구조다.
노사 모두가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자의 몫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몫은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기업은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보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산업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기업의 결정은 협력업체와 고용, 투자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갈등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 이해관계를 넘어 장기적 경쟁력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결국 해법은 균형이다. 성과는 공유하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지속 가능성은 흔들린다. 김정관 장관의 경고는 바로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립이 아니라 절제된 판단과 책임 있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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