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은 구별해도 한복은 모른다… 한복 세계화의 착각

파리올림픽 한복패션쇼 사진한문화진흥협회 제공
파리올림픽 한복패션쇼 [사진=한문화진흥협회 제공]
 

지난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BTS 컴백 무대에서 멤버들은 한복과 조선 초기 갑옷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선보였다. 개량한복을 입은 소리꾼이 등장해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됐다. 

지난달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 ‘골든’ 무대에서는 갓과 한복이 결합된 퍼포먼스가 등장했다. 이처럼 한복은 글로벌 콘텐츠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K-문화’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문화진흥협회 정 사무엘 회장이 4월10일 AJP와의 인터뷰에서 협회에서 진행중인 패션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문화진흥협회 정 사무엘 회장이 4월 10일 AJP와의 인터뷰에서 협회에서 진행 중인 패션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AJP 한준구=jungu141298@ajupress.com]

그러나 한복 세계화를 오랜 기간 이끌어온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 회장은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는다.

그는 “한류 확산과 한복 인지도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K-콘텐츠를 좋아하는 것과 한복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한복을 알아보는 외국인은 약 5% 수준에 불과하다”며 “세계인이 한복을 사랑하고 있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2026년 3월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는 69.7%에 달한다. 그러나 관심은 음악·드라마·음식 등 콘텐츠 중심에 집중돼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외국인들은 한복을 봐도 일본의 기모노인지, 중국의 옷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며 “한복을 입는 사람은 늘었지만, 그 옷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타임스퀘어에서 박보검이나 김연아가 입은 한복을 봐도 대부분의 외국인은 그것이 한복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신라면은 구별해도 한복은 구별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은 이러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 회장은 이러한 인식 격차의 원인을 “결국 우리가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는 당연히 우리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해외에서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가 주목받는 지금, 한국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결국 답은 한국의 오리지널리티”라고 강조했다.

즉, 한복은 폭넓게 소비되고 있지만, 무엇이 한복인지에 대한 기준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6년 2월 10일 경복궁 일대에서 한복을 대여해 입은 관광객들 AJP 유나현
2026년 2월 10일 경복궁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한복을 대여해 입고 있다. [AJP 유나현=shooting@ajupress.com]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이 입는 한복 상당수는 전통 구조와는 거리가 있는 화려한 개량 드레스 형태다. 

정 회장은 “경복궁에서 볼 수 있는 한복 중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수가 중국에서 제작된 의상”이라며 “사실상 코스프레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4대 궁과 종묘에서 한복을 입고 입장한 관람객은 코로나 시기인 2020년 약 15만 명에서 2023년 180만 명, 2024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그 내용은 전통성과 괴리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구조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국내 제작 한복은 한 벌에 40만 원 안팎이지만, 중국산 제품은 1만~2만 원대에 들여올 수 있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6년 2월 10일 경복궁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한복을 대여해 입고 있다AJP 유나현
2026년 2월 10일 경복궁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한복을 대여해 입고 있다. [AJP 유나현=shooting@ajupress.com]

국가유산청은 궁궐 무료 관람 대상에 생활한복을 포함하면서도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저고리와 치마·바지로 구성된 기본 형태와 여밈 구조를 유지해야 하며, 청바지에 저고리만 입거나 티셔츠에 한복 하의를 입는 경우 등은 한복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 회장은 이러한 왜곡의 원인으로 ‘홍보 부족’과 ‘기록 부족’을 꼽았다. 그는 “에펠탑 앞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니하오’였다”며 해외 인식의 현실을 전했다. 

이 문제는 AI 시대에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데이터와 노출이 곧 기준이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한복 관련 정보와 시각 자료가 기모노나 한푸보다 부족할 경우 왜곡된 이미지가 빠르게 굳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5년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 연구에 따르면 주요 시각·언어 모델의 한복 인식 정확도는 약 40% 수준의 낮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일본이나 아프리카 전통 의상으로 분류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서구 중심 데이터에 편중된 학습 구조에서 비롯된 한계로 분석된다.

“한류 스타가 입었다고 해서 한복이 알려졌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한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민간 차원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김혜경 여사가 2026년 4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복문화’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 차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혜경 여사가 2026년 4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복문화’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 차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혜경 여사는 최근 ‘한복생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관련 단체들도 학술 연구와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와 정책 중심으로 움직이고, 민간은 현장에서 관계를 만든다. 두 축이 함께 가야 한다.” 

2007년부터 문화외교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문화 확산의 핵심을 ‘공감’에서 찾는다. 그는 “문화는 경쟁이 아니라 공감”이라며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입히고 경험하게 해야 확산된다”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 최초의 한복패션쇼 사진한문화진흥협회 제공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 최초의 한복패션쇼 [사진=한문화진흥협회 제공]
 
‘한복모델 선발대회’ 역시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사례다. 그는 해당 명칭을 처음 도입해 한복 자체를 중심에 놓았으며, 해외에서 12년간 대회를 이어오며 체험 기반 확산을 시도해왔다. 지난해 3개월간 진행된 대회 기간 동안 관련 SNS 방문자는 1000만 명을 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산업 기반이 오히려 축소되는 흐름이다.

그는 한복이 “행사용 의상으로 고착됐다”고 진단하며, “한복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으면 결국 박물관 속 유산으로만 남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한복이 이미 세계화됐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올림픽 한복패션쇼 사진한문화진흥협회 제공
파리올림픽 한복패션쇼 [사진=한문화진흥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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