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방시혁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원형이정(元亨利貞)의 문명적 귀환, 광화문에서 울린 아리랑과 한 소년의 40년


대한민국 문화사에는 때때로 한 장면이 한 시대를 설명해 버리는 밤이 있다. 2026년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 바로 그런 밤이었다.
 

경복궁의 처마 끝은 봄밤의 공기 속에서 검푸르게 가라앉고, 광화문의 문루는 오래된 왕조의 기억을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었다. 그 앞에 세워진 특설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검은 액자 같았다. 그 액자 속으로 광화문이 들어오고, 궁궐의 시간과 도시의 시간이 함께 겹쳐지며, 마침내 그 프레임 안으로 BTS 일곱 명이 걸어 들어왔다.

 
그날의 광화문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문화가 중첩된 하나의 살아 있는 장면이었다.

공연에 앞서 흐른 1분 38초의 영상은 그 장면의 본질을 먼저 드러냈다. 한국의 산하와 사람,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화면 위로 잔잔히 깔린 종소리는 신라 성덕대왕신종, 곧 에밀레종의 울림을 떠올리게 했다. 그 소리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아이의 희생이 천년의 공명으로 남았다는 전설처럼, 개인의 감정이 공동체의 울림으로 승화되는 한국 문화의 깊은 구조를 일깨웠다.
 
이어 울려 퍼진 ‘아리랑’은 더 이상 민요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민족의 기억이 세계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방탄소년단 RM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개회식에 참석한 후 하이브 홍보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하이브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방탄소년단 RM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개회식에 참석한 후 하이브 홍보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하이브]

광화문 광장과 주변에는 수십만 명의 관객이 모였고, 동시에 전 세계 수억 명의 팬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었다. 미국과 브라질, 프랑스와 일본, 인도와 중동에서 온 아미(ARMY)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노래를 불렀다. 발음은 달랐지만 감정은 같았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았다. 이 장면은 단순한 공연의 열기를 넘어,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감정의 공명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의 중심에는 방시혁이 있다. 그러나 그는 무대 위에 서지 않는다. 방청객에 앉아있었다.그는 언제나 소리의 뒤편, 구조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소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학교 시절, 그는 이미 음악에 깊이 빠져 있었다. 교과서보다 악보가 더 익숙했고, 친구들과 함께 헤비메탈 밴드 '검치호'를 결성해 세상에 없는 소리를 만들고자 했다. 고등학교에서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경기고에서 서울 법대로 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지만, 그는 그 길을 내려놓고 서울대 미학과를 선택했다. 법(法)이 아닌 아름다움(美), 안정이 아닌 가능성, 정답이 아닌 질문을 선택한 것이다.
 
도덕경(道德經)은 말한다.
“대도무문(大道無門), 천하무문(天下無門)” — 큰 길에는 문이 없다.
또한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그는 이미 그 길을 알고 있었다. 남들이 정해놓은 문을 통과하는 대신, 스스로 길을 만드는 선택이었다.
 
 

젊은 시절의 방시혁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젊은 시절의 방시혁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성경(聖經)은 말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한복음 1:1)
 
그에게 음악은 바로 그 ‘말씀’이었다. 존재를 설명하는 언어였다.
 
서울대 미학과에서 그는 음악을 감각이 아닌 구조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이후 현장에서 박진영 을 비롯한 뮤지션 선배들과 함께 부딪히며 음악 산업의 현실을 배웠다. 그러나 성공은 쉽게 오지 않았다. 수많은 곡이 버려졌고, 실패는 반복되었다.
 
성경은 또 말한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
그의 음악은 그 눈물의 시간 위에 세워졌다.
불경(佛經)은 말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는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마음이 방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 그는 작은 회사를 세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선택을 한다. RM, 진(眞), 슈가(SUGA), 제이홉(j-hope), 지민, 뷔(V), 정국.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일곱 명의 소년들. 마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고나 할까.2013년 6월13일 BTS는 데뷔한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RM은 언어와 사유로 중심을 세웠고,
진(眞)은 성실로 시간을 견뎠으며,
슈가는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했고,
제이홉은 리듬으로 빛을 만들었으며,
지민은 감정으로 사람을 움직였고,
뷔는 색으로 세계를 물들였으며,
정국은 모든 것을 하나로 완성했다.
 
그들은 좁은 숙소에서 함께 숨 쉬었고, 무명의 시간 속에서 서로를 버텼다. 그러나 그들은 노래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 진정성은 서서히 퍼져나갔다.
 
불경의 또 다른 말,
“연기(緣起)” —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BTS와 아미는 서로를 만들어가는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광화문.
경복궁의 시간과 현대의 빛이 겹쳐지고, 에밀레종의 울림과 디지털 사운드가 만나는 자리.
 
여기서 우리는 『주역(周易)』의 원형이정(元亨利貞)을 본다.
원(元) — 시작, 근원, 단군 이래 이어진 민족의 정서
형(亨) — 형통, 문화 예술의 만개, BTS 공연
리(利) — 이로움, 질서, 방시혁의 구조와 철학
정(貞) — 바름, 지속, 기술과 플랫폼을 통한 확장
 
이 네 가지가 동시에 구현된 순간, 우리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문명적 완성(文明的 完成)'을 목격했다.
 
 

방시혁 하이브의장 사진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의장 [사진=연합뉴스]

도덕경(道德經)은 다시 말한다.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그러나 방시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새로운 단계로 진화했다.
 
성경은 말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2)
그의 음악은 진정성에서 출발했고, 그 진정성은 세계를 자유롭게 연결했다.
 
결국 방시혁의 40년은 하나의 흐름이다.소년의 음악, 청년의 철학, 실패의 시간, 무명의 동행, 그리고 세계의 설계.
 
그는 음악을 만든 사람이 아니다.
그는 시대를 설계한 사람이다.
광화문에서 울린 ‘아리랑’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문화로 세계를 이끄는 선언이며,
단군 이래 이어진 한민족 정서가 글로벌 언어로 재탄생한 순간이다.
 

지난해 성덕대왕신종 타음 조사 행사 모습  방탄소년단BTS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6번째 곡 No 29에 성덕대왕 신종 타음소리가 실렸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지난해 성덕대왕신종 타음 조사 행사 모습. 방탄소년단(BTS)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6번째 곡 'No. 29'에 성덕대왕 신종 타음소리가 실렸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완고한 반대를 넘어선 한 소년, 숱한 시행착오와 피눈물을 견딘 한 청년,무명과 함께한 한 제작자, 방시혁이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다.이것은 대한민국 문화가 문명으로 도약한 이야기이며,
한 인간이 자신의 길을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만들어지는 울림의 기록이다.
 
그 밤, 광화문에서 우리는 들었다.
소리가 아니라 시간의 울림을.나아가 단군이래 하늘과 땅과 인간이 창신해 온 홍익인간 정신.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의 원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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