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웃길지언정 우습지는 않은…이동휘의 '메소드 연기'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메소드 연기 3월 18일 개봉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메소드 연기' 3월 18일 개봉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기술'과 스스로가 우스워지는 '굴욕' 사이에는 단어 하나로 메울 수 없는 선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설계된 웃음이 프로의 미학적 승리라면 의도치 않게 우스워지는 것은 외면하고 싶은 시린 비극이다. 영화 '메소드연기'는 모두가 '웃기는 이동휘'를 소비할 때 홀로 시선의 낙차를 견뎌내며 '진짜 배우'로 서고 싶었던 한 남자의 지독하고도 치열한 분투기다.

코미디 영화 '알계인'의 메가 히트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배우 이동휘(이동휘 분). 코미디로 뜨고 사랑받았지만 더는 '웃기는 배우'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아 활동까지 중단한 채 기회를 노린다. 마침내 정통 사극 '경화수월'에 캐스팅되며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그에게 '메소드 연기'는 일종의 탈출구이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인물과 심리적으로 완전히 동일시되어 극사실주의를 구현한다는 그 거창한 연기 이론을 빌려서라도 그는 자신의 진정성을 세상에 관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토록 갈망하던 '정극'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촬영 첫날부터 쏟아지는 NG, 매니저 대타로 나선 형 동태(윤경호 분)의 돌발 행동, 여기에 전세가 역전된 톱스타 후배 태민(강찬희 분)과의 기싸움까지 겹치며 현장은 점점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는다.
 
영화 메소드 연기 3월 18일 개봉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메소드 연기' 3월 18일 개봉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출신인 이기혁 감독은 동명의 단편 영화를 밀도 높은 서사로 벼려내 장편으로 확장하며 '메소드 연기' 뒤 숨겨진 배우의 내밀한 삶으로 시선을 넓힌다.

영화의 진가는 인물이 코미디의 외피를 벗어던지려 발버둥 치는 소동극 너머 자신의 한계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지독한 고립 끝 자신만의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려 도달한 절정의 연기는 역설적이게도 카메라에 온전히 담기지 않지만 이동휘는 텅 빈 적막 속 비로소 닿고자 했던 영역에 발을 딛는다. 증명의 기회를 놓친 자리에 다시 찾아온 것은 고요한 일상. 평범하고 일상적인 현실을 받아들인 뒤에야 그는 카메라 안팎에서 다시 묵묵히 자신만의 '메소드 연기'에 나선다.

좌충우돌 흘러가는 현장 촬영기 너머로 비쳐지는 가족들의 삶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단단한 밑바닥이다. 떠들썩하고 치열한 카메라 앞 발버둥과 달리 어머니의 뒷모습이나 정적이 흐르는 거실의 풍경 등을 통해 담백하게 풀어낸 인물들의 고독은 이 작품이 단순히 '웃음'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코미디가 아님을 증명한다. 인물들이 겪는 성장의 순간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면과 닮은 조각들을 발견하게 하고 그로부터 깊은 공감과 위로를 끌어낸다.
메소드 연기
영화 '메소드 연기' 3월 18일 개봉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미학을 완성하는 핵심이다. 이동휘는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스스로를 희화화하며 웃음 뒤에 숨은 페이소스를 뽑아낸다. 윤경호는 이동휘의 형 이동태 역으로 분해 능청스러운 유머와 묵직한 진심을 오가며 관객의 정서를 쥐락펴락한다. 엄마 역의 김금순은 이 영화의 확실한 '킥'이다. 아들의 코미디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현실 엄마'의 얼굴로 영화의 정서적 무게중심을 지탱한다. 톱스타 정태민 역의 강찬희는 이 영화의 발견이다. 얄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이전보다 단단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관객은 익숙한 이동휘표 코미디를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서지만 스크린을 나설 때 마주하는 것은 각자의 일상을 지탱해 온 저마다의 '메소드 연기'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가면을 쓴 채 주어진 배역을 묵묵히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이동휘의 분투를 통해 조용히 증명한다.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유쾌하게 비틀어 웃음 뒤에 가려진 인생의 희비극을 조명한 '메소드연기'는 우리와 멀지 않은 보편적인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오늘 하루를 견뎌낸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토닥임을 건넨다. 3월 18일 극장 개봉. 러닝타임은 92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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