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체 간 이질성이 확대되는 등 경제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통화정책의 어려움이 부각되고 있다. 목표는 다양해졌지만 정책 수단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제 지표의 시차로 인한 정책 한계도 부각되고 있다. 향후 통화정책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교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7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경제 주체 간 이질성이 확대되고 후행적 경제지표로 인한 통화정책의 파급이 시차를 두고 일어나 잘못된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경제 주체들이 비교적 동질적이었던 환경과 달리 현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동일한 정책이 서로 다른 효과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통화정책은 설계부터 실행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현실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내놨다. 통상 3~6개월 이상의 파급 시차를 고려해 정책이 운영되다 보니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현장의 체감 경기 간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동 지정학 리스크, 인공지능(AI) 확산 등 예상하기 어려운 충격이 잇따르면서 이러한 한계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물가 안정뿐 아니라 금융 안정, 성장, 고용 등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지만 중앙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은 기준금리로 사실상 제한돼 있다. 이 위원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어떤 게 더 문제가 되는지 판단해야 하는 수단은 하나(기준금리)인데 목표는 둘 이상 되는 구조적 어려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은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민간 소비 회복이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상승하는 등 정책 의도와 시장 반응 간 괴리도 발생했다. 경제 주체들이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는 상황에서는 금리 조정만으로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 위원은 고빈도의 미시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시 지표를 별도로 수집하거나 선진국 사례처럼 민간 지표를 활용해 중앙은행 정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위원은 민간 소비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소상공인 입출금액, 각종 페이 데이터 등 선불 충전금 요소 등을 고려한 결과 오차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부동산 경기를 봤을 때 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지표를 발표하는 세 기관의 패턴이 달라 판단하기 어려웠고, 정부에서 나온 지표를 활용한다 해도 자료의 특성상 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확성을 조절할 수 있고 선행성 정보가 많은 지표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한은에서 별도의 통계를 조사하고, 공식화 된 국가 통계와는 별도로 통화정책을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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