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포스트 이란전쟁을 대비하자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시 공습으로 발발한 전쟁(이하 이란전쟁) 때문에 전 세계가 어두운 포화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이란의 협박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금융시장도 며칠 크게 흔들렸다.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경제적 타격이 특별히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국가의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이란전쟁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말대로 4주, 5주 정도 지나 종결된다고 하더라도 한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날 것인데 그보다 더 길어진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규모가 될 것이 확실하다.
 
[표] 역대 미국 대통령 집권 초기 여론지지율
 
  대통령 지지율 비지지율
41대 부시(부) 51% 6%
42대 클린턴 58% 20%
43대 부시(자) 57% 25%
44대 오바마 68% 12%
45대 트럼프(1기) 45% 45%
46대 바이든 57% 37%
47대 트럼프(2기) 47% 48%
(*) 위키피디아
 
 
이란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
 
이스라엘이 독립을 한 1948년 이후 70여 년 동안 이스라엘과 중동에서는 셀 수도 없는 분쟁 혹은 전쟁이 있었지만 이번 이란전쟁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취임 직후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란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쟁을 지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가 이란 최고지도부의 제거에 있다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상 전쟁은 이미 종결되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단순한 최고지도부의 제거가 전쟁의 목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만약 이란의 무조건 항복과 정권 교체가 이번 전쟁의 목적이라면 전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란의 근본적인 정권교체가 목표이며 그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이란 정부에 대한 이란 국민의 반감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결집하여 새로운 정권을 창출할 정도로 단호하거나 결속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현 정부에 강한 반감을 가진 쿠르드족 같은 일부 소수민족들이 무력 봉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 경우 발생할 이란 내부의 불안은 중동 지역을 또 다른 불안정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미국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미군 병력 투입도 어렵고, 또 설사 미군을 투입(boots on the ground)한다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신속하게 안정적 친미 이란 정권을 수립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국내정치적 반발에 봉착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확실성이 가져다줄 세계 경제적 혼란을 감당하기도 매우 힘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속하게 달성하기 매우 힘든 이란의 완전 항복과 정권교체는 미국이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할 만한 인물'로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에서 서둘러 전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만족할 만한 이란 지도부 인사는 무엇보다도 핵무기 개발을 완전 중단하는 확실한 보장과 함께 원유, 자원, 금융 등 핵심 경제이익을 사실상 미국에 보장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어떤 인물을 선택할 것인지는 외교적 루트를 통해 타협하는 전략을 펼치겠지만 협상력에서 절대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가능한 한 최대한의 선제적 무력 타격을 가하면서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이란의 새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여 이란전쟁이 종결되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언급했던 4주 혹은 5주, 즉 4월 초순 이전까지 충분한 무력 압력을 가하여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경제적 보장을 받아낼 수도 있겠지만 설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5월을 넘어 6월, 7월까지 끌고 가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 국민의 피로감과 반전 정서를 정치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4월 혹은 늦어도 5월이 지나가기 전에 '신속하게 막대한 전리품'을 획득하고 승리를 선언하면서 이란전쟁이 사실상 종결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된다면 급상승한 유가도 크게 안정될 것이고 주가나 중동 교역도 크게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이므로 우리나라 경제에 끼칠 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다.
 
포스트 이란전쟁을 대비하자
 
3월과 4월 혹은 길어도 5월까지 이란전쟁이 지속되면 중동 원유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우리나라로서는 단기적으로 큰 취약점을 노출하겠지만 역설적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할 중요한 계기로 삼을 수가 있다.

첫째로 원유와 천연가스 도입처를 다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 현재 수입하는 천연가스 금액 305억 달러 중 중동에서 들여오는 천연가스는 카타르 40억 달러와 오만 12억 달러로 전체 중 17%밖에 되지 않지만 원유는 2025년 수입액 753억 달러 중에서 69.4%인 523억 달러를 중동 지역에서 들여온다. 미국, 멕시코 혹은 호주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로는 그동안 미국 혹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쏠렸던 경제교류의 축을 중동 지역으로 크게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25년 현재 중동권에 대한 수입은 전체 수입 중 12.3%에 달하지만 수출은 전체 중 2.9%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불균형적이다. 중동 국가의 전쟁 피해 복구, 산업 인프라 확충 및 방공, 해상 국방력 보강에 한국 기업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기회를 확보한다면 대중동 무역 불균형도 크게 개선할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로 중동 지역 교두보를 고리로 하여 미국과 경제 및 금융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동 지역의 방위산업이나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도 미국이 제공하지 못하는 공백을 한국 기업이 메울 수 있으며 또 금융 면에서도 미국과 중동 페트로 달러와 한국 금융력이 결합하여 공동이익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1970~1980년대 제1차 중동 건설 붐, 난관에 봉착했지만 2000년대 제2차 중동 건설 붐에 이어 제3차 중동 건설 붐을 일으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건설 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포스트 이란전쟁의 인프라 건설 수요는 매우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최근 중동 지역 건설수주 금액은 2021년 112억 달러에서 2024년 185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건설경기의 고전을 타개하는 비상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투자계획 등으로 과거의 도로 및 플랜트 중심 건설에서 인프라 스마트 시티 등으로 사업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혹한 속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올 봄을 기다리듯이 이란전쟁의 와중에서도 미래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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