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 계좌 열기가 무섭다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기 때문인데요. 가뜩이나 예민해진 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12일, 우리 증시에는 빗자루를 탄 '네 마녀'가 찾아옵니다. 이름부터 으스스한 이 날, 도대체 내 종목에는 어떤 마법이 걸리는 것일까요?
네 마녀의 정체는? '4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
증권가에서 말하는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은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한꺼번에 겹치는 날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네 마녀는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선물, 개별주식 옵션을 말합니다.이 용어들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미래의 가격을 두고 벌이는 거대한 내기'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3월 12일에 얼마가 될까?' 혹은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 위로 올라갈까?'를 두고 투자자들이 돈을 걸어둔 것이죠. 그런데 이 내기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그 유통기한이 바로 3월 12일 목요일에 한꺼번에 끝나는 것입니다.
보통 주식은 내가 팔고 싶을 때까지 들고 있으면 되지만 선물과 옵션 같은 파생상품은 만기일이 되면 무조건 정산을 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시장 참여자들이 미뤄왔던 숙제를 한꺼번에 검사받는 대청소 날'과 같습니다.
역대급 VKOSPI…1926만 계약 '정산 대기 중'
사실 '마녀'가 올 때마다 시장이 비명을 질렀던 것은 아닙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네 마녀의 날' 당시 코스피는 오히려 0.9%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축제' 분위기 속에 무난히 만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12월 역시 지수 정기변경에 따른 수급 이동은 있었지만 0.59% 하락세로 시장이 충분히 예상하고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였습니다.하지만 이번 3월은 상황이 예민합니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로 인해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가 5일 기준 83.58까지 오르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해 시장 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장세에서는 평소라면 무난히 소화됐을 물량조차 증시를 크게 흔드는 '변동성 증폭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5일 종가 기준 현재 선물·옵션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 외국인 등 모든 투자자가 정산하지 않고 보유 중인 전체 미결제약정 규모는 약 1926만 계약에 달합니다. 특히 지수 변동에 민감한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미결제 물량만 각각 22만 계약, 104만 계약(정규장 기준)을 넘어섰고 개별 종목의 향방을 가르는 주식 선물 미결제약정은 무려 1375만 계약 수준입니다. 이 거대한 '정산 대기 물량'이 만기일까지 정리되지 않으면, 만기일 종가에 기계적으로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파생상품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실제 주식(현물)을 대량으로 사거나 팔아야 하므로 장 막판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만기일의 핵심은 시장 주체들의 '눈치싸움'입니다. 현재 매도 포지션을 잡고 있는 주체들이 내기 기간을 다음으로 연장(롤오버)한다면 시장은 비교적 조용히 지나가겠지만, 만약 전쟁 리스크를 우려해 한꺼번에 물량을 정리하며 나간다면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했던 물량을 다시 사들이며 계약을 종결(숏커버링)한다면 예상 밖의 만기일 깜짝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네 마녀의 날'에 발생하는 소동이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변화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날 발생하는 급등락은 단순히 만기일의 강제 정산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수급 꼬임 현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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