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심에서 태극기를 단 대한민국 해군의 4,400톤급 구축함 강감찬함이 묵직한 선체를 앞세워 전진했다. 주변에는 18척의 참가 함정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항진했고, 갑판 위 장병들은 일제히 정렬해 거수경례로 국제 함대의 일원이 된 한국 해군의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 18일 열린 ‘2026 국제함대사열(IFR)’ 현장은 명실상부한 세계 해군력의 집결지였다. 70여 개국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인도가 주최한 세 번째 국제함대사열로, 인도양과 인도·태평양 해역의 안보 협력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수십 척의 다국적 함정이 국기를 펄럭이며 항해하는 가운데, 강감찬함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날렵한 상부 구조와 안정적인 항해 자세는 원양작전 능력을 갖춘 ‘블루워터 네이비’의 상징이었다.
현지 국영방송 Doordarshan은 생중계 도중 강감찬함을 “핵심 블루워터 자산”으로 소개하며, 아덴만 파병 등 한국 해군의 국제 해상안보 기여 이력을 집중 조명했다.
강감찬함은 충무공 이순신급(KDX-II) 구축함 5번함으로, 2006년 진수돼 2007년 실전 배치됐다. 대잠·대공·대수상 작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구축함으로, 한국 해군의 원해 작전 능력을 떠받치는 주력 전력이다.
이번 참가를 위해 지난 1월 30일 제주 해군기지를 출항한 강감찬함은 성공적으로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을 마친 뒤, 현재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인 ‘밀란(MILAN)’에 합류해 오는 25일까지 훈련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국제함대사열의 주제는 ‘United Through Oceans(바다로 하나 되다)’였다. 인도 대통령 드라우파디 무르무는 연설에서 “건전한 해양 질서는 공동 책임과 협력에서 출발한다”며 “오늘의 함대는 바다가 우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연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주최국 인도 해군은 이번 행사에서 첫 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와 최신 구축함·호위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립형 해군’ 비전을 과시했다.
강감찬함 뒤로는 일본, 호주, 동남아 국가들의 함정이 차례로 이어졌다. 인도·태평양 핵심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이번 행사는 사실상 해상 안보 연대의 축소판으로 평가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군 관계자는 “이제 해군력은 단순한 국방 수단을 넘어 외교·산업·안보를 잇는 전략 자산”이라며 “강감찬함의 참가 자체가 한국의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함대사열과 연계해 한국 해군 대표단은 ‘인도양 해군 심포지엄(IONS)’ 총회에도 처음으로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다. 각국 대표단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군수지원, 함정 유지·보수, 방산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한국 해군은 이 자리에서 ‘토털 솔루션’형 군수·정비 지원 전략을 소개하며, K-방산의 경쟁력을 적극 홍보했다. 단순한 전력 과시를 넘어 산업과 연계된 ‘해군 외교’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해질 무렵, 다국적 함대의 대형 퍼레이드가 마무리될 무렵 강감찬함은 서서히 항로를 바꿔 동쪽으로 향했다. 선미에 남긴 흰 물보라와 함께 항해등이 하나둘 켜졌다.
고대 범선이 오가던 바다 위에서, 한국 구축함은 이제 세계 해양 질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군사력과 기술력, 외교력이 결합된 ‘항해하는 국가 전략’이 벵골만 위에서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
강감찬함의 항진은 단순한 군함의 이동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을 향한 한국의 존재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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