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시간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만큼 총에 관한 에피소드도 넘쳐난다. 선임이 신병에게 PX(군매점)에 가서 총을 사 오라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훈련장에서 가스 조절기를 잃어버려 온종일 혼나기도 한다. 여기서 가스조절기는 손으로 약간만 건드리면 쉽게 빠지는 총기 부품이다. 짓궂은 선임이 후임을 골탕 먹이려 장난을 치는 단골 소재다.
군대에 지겹도록 봐오던 소총이 지금은 해외에서도 판매된다고 한다. '개인화기'라 불리던 무기가 어느새 글로벌 방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 소총 산업의 현재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예비군에게 익숙한 K2 소총은 SNT모티브가 주력 생산한다. K2 소총은 미국 M16소총을 한국식으로 개량해 만든 소총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가벼운 3.26kg 중량에 유사시 대검을 장착해 근접전에도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 후반엔 신병훈련소에서 총검술을 교육했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고지전'에선 백병전이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하듯, 산악 지형에서 근접전은 유용한 전투기술이다.
요즘 K2 소총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미군의 소총과 유사한 현대식 형태로 바뀌었다. 2016년 등장한 K2C1은 기존 K2 소총을 현대전에 맞게 개선한 모델이다. 총열덮개에 조준경과 같은 전투 무기를 편하게 장착할 수 있는 건 물론 개머리판도 체형에 맞춰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K2 생산이 시작된 이후 30년 동안 병사들의 체격이 커진 점을 반영해 개량이 이뤄졌다"며 "탈착식 가늠자와 전방 손잡이 장착이 가능해져 사용 편의성과 전투 효율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개량 이후 K2C1은 국내 주력 무기로 자리 잡았다. SNT모티브는 2024년과 지난해 내수 물량으로 각각 1만6000정을 우리 군에 공급했다. 2016년 전력화 이후 누적 내수 보급량은 약 19만정에 이른다. 같은 기간 중동과 동남아 시장이 열리며 약 4만정이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SNT모티브는 지난해 영업이익 10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다산기공 역시 올해 초 필리핀과 DSAR-15P 5.56㎜ 카빈 소총 1만5000여정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개인화기 수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산기공 관계자는 "입찰 전략을 확고히 마련해 브라질과 터키, 필리핀 자국 방산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강조했다.
한번 잃어버리면 부대가 뒤집히는 탄약은 어디서 생산될까. 군대에서 탄약은 탄약담당관(통상 부사관)이 따로 상주할 정도로 엄격히 관리된다. 사격 훈련 뒤 탄피를 분실해 전 부대원이 하루 종일 탄피를 찾아본 경험은 예비군이라면 한 번쯤 있을 거다.
국내 대표 탄약 생산기업은 풍산이다. 사격장에서 지급받는 5.56㎜ 탄약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해 3분기 군용탄과 스포츠탄 판매로 77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풍산의 미국 자회사 PMC 애뮤니션(Ammunition)은 9970만달러(143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를 넘어 미국 시장에까지 소구경탄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탄약의 중요성은 최근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전에서 드론이 핵심 위협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요격하기 위한 탄약 개발 경쟁도 본격화됐다. 글로벌 방산업계에서는 드론 대응용 30㎜ 공중폭발탄 개발이 주요 과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드론 요격 탄약 시장은 2025년 15억2000만달러에서 올해 17억5000만달러로 연평균 1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명렬 고려대 K방산연구센터장은 "한국 소총류는 악조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고, 적시에 대량 공급이 가능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출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방산 산업에 진심을 담다. 아주경제 오주석 기자는 2009년 인천의 한 부대에 병으로 입대해 2013년 중사 계급으로 전역했습니다. 저를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군대에 아직 미련을 못 버린 '밀덕 아재'입니다. 선후배님들의 많은 애정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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