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관계 인사들과의 유착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킨 뒤 수감 중 사망한 미국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생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던 정황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공개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는 엡스타인이 최소 201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 외교·경제 엘리트들과 접촉하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한 흔적이 담겨 있다.
문건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자신을 미·러 관계를 중재할 수 있는 '조언자'로 포장하며 러시아 최고위층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그는 비탈리 추르킨 당시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와 뉴욕에서 정기적으로 만났으며, 추르킨이 2017년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에는 토르비외른 야글란드 당시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접촉을 모색했다.
엡스타인은 2018년 6월 야글란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라브로프(러시아 외무장관)이 나와 대화하면 어떤 점이 도움이 될지 알 수 있도록 당신이 푸틴에게 제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는 과거 추르킨이 이러한 창구 역할을 해왔다며 "추르킨은 (우리가 한) 대화를 통해 트럼프(미국 대통령)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엡스타인은 2013년 5월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야글란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서방 투자를 러시아로 유치하는 방안을 설명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엡스타인은 야글란드에게 자신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게 조언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에는 이 밖에도 엡스타인이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회동이나 통화를 시도한 정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다만 해당 자료에는 엡스타인이 실제로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
문건에는 엡스타인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연관된 인사로 알려진 세르게이 벨랴코프, 러시아 최대 경제회의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운영진과도 친분을 맺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자신이 러시아 재벌과 사업가들에게 조언하고 있다고 과시한 자료들도 다수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엡스타인이 러시아의 스파이였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러시아 크렘린궁은 "엡스타인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조정을 받았다는 주장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CNN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해당 문서들이 엡스타인이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의 관계를 과장하며 자신을 '국제적 권력 중개자'로 포장하려 한 시도 이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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