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지금까지 성적표를 받아든 상장사들 상당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을 공개한 기업 10곳 중 6곳가량이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다만 국내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선방하면서 전체 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한 138개 상장사 중 89개사가 시장 평균 예상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컨센서스를 웃돈 기업은 49개사에 그쳤다.
기대치 대비 실적 부진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금호석유화학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였던 483억원을 약 97% 하회했다. 연말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합성고무 부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POSCO홀딩스도 부진한 성적을 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56억원으로 컨센서스였던 4100억원을 약 96% 밑돌았다. 철강 부문 수익성은 일부 회복됐지만 이차전지 소재와 건설 사업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이 밖에도 현대무벡스와 한화시스템, SBS, 코오롱인더, 한샘 등이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하회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를 약 8% 웃돌았고, SK하이닉스도 19조169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예상치를 16% 상회했다.
이들 반도체 대기업의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62조32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추정치였던 60조6960억원보다 약 3% 많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도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대원제약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58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였던 6억원의 약 10배에 달했다. 겨울철 감기와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가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는 4분기 영업이익 825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187억원)를 4배 이상 웃돌았고, 녹십자 역시 4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컨센서스의 약 4배 수준을 달성했다. 이 밖에 CJ CGV와 CJ ENM, KB금융, 에코프로비엠 등도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아직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실적 분위기가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며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증권업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에 근거한 코스피 상승 추세, 이른바 실적 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설 연휴를 앞둔 관망·경계 심리로 단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으나 이는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방산 등 실적 개선 기여도가 높은 주도주 비중 확대의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추격 매수보다는 단기 변동성을 활용한 분할 매수와 매집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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