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리랑 공연이 ‘근정문-흥례문-광화문-월대’로 이어지는 왕의 길을 오프닝 무대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BTS 멤버들이 이 길을 행진하는 모습을 사전 녹화하거나 일부 실시간 중계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왕의 길을 BTS가 걷는다는 것은 한 팀의 컴백을 넘어선 사건이다.
그 길 위에서 K-헤리티지가 전 세계 아미와 만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징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록이 있을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다.
실록이 증명하는 월대의 성격은 분명하다. 태종 15년(1415) 5월, 일식이 일어났을 때 임금은 전각 안에 머물지 않았다. 기록은 임금이 소복을 입고 인정전 월대에 나아가 의례를 행했다고 전한다. 하늘의 변고 앞에서 왕은 숨지 않았다. 공개된 자리로 나아가 책임의 몸짓을 택했다. 월대는 권위를 높이는 단이 아니라, 권위를 드러내는 자리였다.
영조 대의 기록은 월대의 얼굴을 더 따뜻하게 보여준다. 영조 48년(1772) 2월, 임금은 경봉각에서 예를 마친 뒤 곧바로 월대에 임어해 《소학》을 강론했다. 의례의 끝에서 학문이 이어졌고, 전각의 벽을 벗어난 강론은 사람의 얼굴을 향했다. 같은 해 봄, 가뭄이 길어지자 임금은 여러 제사를 직접 챙긴 뒤 숭정전 동월대로 돌아와 조강과 대신 인견을 이어갔다. 위기 속에서 월대는 의례와 정무, 하늘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마루였다.
영조는 동월대에 나아가 군병들을 불러 죽을 내려준다. 실록은 이를 “옛날 월대에서 소견하던 뜻을 따른 것”이라 설명한다. 월대는 축하의 발코니가 아니라, 사람을 불러 눈을 맞추는 자리였다. 그래서 월대는 높지만 기능은 낮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높은 곳에 놓인 낮은 정치였다. 왕의 길은 위로 오르는 통로가 아니라, 스스로를 낮추는 경로였다.
이 길은 1923년 전차 노선 공사와 함께 끊겼다. 월대가 사라지며 왕과 백성이 만나는 기억도 함께 지워졌다. 그리고 2023년, 100년 만에 월대는 돌아왔다. 건축의 복구가 아니라, 공공성이 다시 숨 쉬는 복원이었다.
이제 그 복원된 길 위에 방탄소년단이 선다. 군 복무 이후 첫 완전체 무대, 공연명은 ‘아리랑’.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장치가 아니다. 장소의 문법이다. 월대는 원래부터, 자신을 열겠다는 결심이 몸으로 드러나는 자리였다. 왕이 월대에 나아간다는 것은, 백성 앞에 자신을 숨기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오늘의 무대에서 그 ‘백성’은 국경을 넘는다.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접속한 전 세계 수억명의 팬들이 월대의 끝에 모인다. 과거 왕이 월대에서 하늘과 사람을 함께 마주했다면, 오늘의 공연에서는 K-헤리티지가 세계의 마음과 만난다. 환호와 눈물, 기억과 공감이 한곳에 모여 흐른다. 통치의 언어는 사라졌지만, 만남의 구조는 남았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이벤트가 아니다.
실록이 증명한 공공의 공간에서, 전통이 현재를 만나고 현재가 세계로 확장되는 의례다.
왕의 길은 다시 열린다.
이번에는 권력이 아니라 노래가 걷는다.
그리고 그 노래의 끝에서, K-헤리티지는 전 세계의 마음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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