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 6년여간 한국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사고액이 8423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작년 1월 도입된 책무구조도 제도 효과도 아직은 미약하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다. 금융지주 회장들과 소수 핵심 인사들의 권력 독점 구조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한국 금융회사에서는 경영진들이 그들만의 참호를 파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직 CEO가 후계자를 사실상 지정하고,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책무구조도는 실효성이 없고, 준법감시인은 경영진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런 구조로는 금융 선진화를 달성할 수 없다.
먼저 CEO 선임 절차부터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현재 대부분 금융회사는 CEO 임기 만료 두 달 전에야 승계절차를 시작한다. ‘번갯불에 콩 볶듯’ 후임자를 정하니 현직 CEO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최소 3개월 전 절차를 시작하고, 후보군은 3년 이상 상시 관리해야 한다. 사외이사 중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 관리 현황을 연 1회 주주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대형 금융지주 CEO 재선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상향해 ‘셀프 연임’의 유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사외이사 제도도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이사회 과반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전직 임직원은 퇴직 후 5년이 지나야 독립이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사외이사 단임제를 통해 경영진과의 유착을 원천 차단한다. 한국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전직 고위급 금융당국자나 대형 로펌 변호사, 회계법인 대표, 교수들이 주를 이룬다. 전문성 중심이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사회 내 다양성을 높이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에게 후보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 사외이사 독립성에 관한 공시도 강화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도입 취지는 좋았으나 실행이 미흡하다. 영국이나 호주처럼 고위 경영진의 책임 영역을 명확히 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 ‘합리적 조치 준수’ 입증 책임을 임원에게 부과해야 한다. 외부 전문기관의 연 1회 실사를 의무화하고, 감독당국은 3년마다 심층검사를 실시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준법감시인의 적극적 활용도 필요하다. 준법감시인이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고, 예산과 인사권도 이사회가 승인하는 독립적 구조를 만들어야 실효성이 생긴다.
성과보상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으로 ‘클로백(보수 환수)’ 제도를 의무화하고, 주주가 임원 보수에 투표하는 ‘세이온페이’를 도입했다. 영국은 변동보수의 50% 이상을 3~7년 동안 이연해서 지급한다. 단기 수익을 좇아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도 등기임원 보상계획을 주주총회 의결사항으로 전환하고, 금융사고나 회계부정 적발 시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강력한 클로백을 도입해야 한다. 성과급을 장기 이연 지급하고 주식으로 지급하되 3년간 매도를 제한하면, 경영진은 장기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기능 또한 활성화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의결권 행사 의무와 관여 활동 공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사후 처벌 중심에서 사전 예방적 감독으로 전환하고, 내부통제 실효성을 평가해 우수 사례는 인센티브로, 미흡 사례는 제재로 차등화해야 한다.
한국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혁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투명한 CEO 승계, 독립적인 사외이사,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합리적인 성과보상 시스템이 갖춰질 때 비로소 금융사고는 줄어들고 소비자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준수가 아니라 한국 금융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금융회사, 감독당국, 그리고 주주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선진 금융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한국 금융회사에서는 경영진들이 그들만의 참호를 파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직 CEO가 후계자를 사실상 지정하고,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책무구조도는 실효성이 없고, 준법감시인은 경영진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런 구조로는 금융 선진화를 달성할 수 없다.
먼저 CEO 선임 절차부터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현재 대부분 금융회사는 CEO 임기 만료 두 달 전에야 승계절차를 시작한다. ‘번갯불에 콩 볶듯’ 후임자를 정하니 현직 CEO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최소 3개월 전 절차를 시작하고, 후보군은 3년 이상 상시 관리해야 한다. 사외이사 중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 관리 현황을 연 1회 주주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대형 금융지주 CEO 재선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상향해 ‘셀프 연임’의 유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사외이사 제도도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이사회 과반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전직 임직원은 퇴직 후 5년이 지나야 독립이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사외이사 단임제를 통해 경영진과의 유착을 원천 차단한다. 한국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전직 고위급 금융당국자나 대형 로펌 변호사, 회계법인 대표, 교수들이 주를 이룬다. 전문성 중심이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사회 내 다양성을 높이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에게 후보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 사외이사 독립성에 관한 공시도 강화해야 한다.
성과보상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으로 ‘클로백(보수 환수)’ 제도를 의무화하고, 주주가 임원 보수에 투표하는 ‘세이온페이’를 도입했다. 영국은 변동보수의 50% 이상을 3~7년 동안 이연해서 지급한다. 단기 수익을 좇아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도 등기임원 보상계획을 주주총회 의결사항으로 전환하고, 금융사고나 회계부정 적발 시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강력한 클로백을 도입해야 한다. 성과급을 장기 이연 지급하고 주식으로 지급하되 3년간 매도를 제한하면, 경영진은 장기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기능 또한 활성화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의결권 행사 의무와 관여 활동 공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사후 처벌 중심에서 사전 예방적 감독으로 전환하고, 내부통제 실효성을 평가해 우수 사례는 인센티브로, 미흡 사례는 제재로 차등화해야 한다.
한국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혁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투명한 CEO 승계, 독립적인 사외이사,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합리적인 성과보상 시스템이 갖춰질 때 비로소 금융사고는 줄어들고 소비자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준수가 아니라 한국 금융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금융회사, 감독당국, 그리고 주주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선진 금융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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