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AI 전력 시대, 한국 LNG 기업의 성과를 지속가능하게

인공지능(AI) 확산이 불러온 전력 수요 급증 속에서 국내 발전 설비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LNG 복합발전 핵심 설비를 공급하는 SNT에너지와 BHI는 불과 3년 만에 매출을 세 배 이상 늘리며 ‘전력 슈퍼사이클’의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는 단기 호황을 넘어 산업 전략 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다.

두 기업의 성과는 우연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열풍 속에서 LNG와 화력발전이 ‘사양 산업’으로 취급되던 시기에도 이들은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BHI는 불황기였던 2020년대 초반, 미국 기업으로부터 배열회수보일러 원천 기술을 인수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 SNT에너지는 경쟁사들이 철수하던 시장에서 사우디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국내 경쟁사까지 인수하며 공급 능력을 키웠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의 조건은 분명하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고, LNG 복합발전은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다. 중동과 일본, 미국 등에서 LNG 발전 설비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이유다. 기술 장벽이 높은 설비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산업적으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흐름을 단순한 기업 성공 사례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전력 슈퍼사이클은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AI–데이터센터–전기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다. 이는 발전 설비를 넘어 송배전, 에너지 저장, 연료 전환까지 아우르는 장기 산업 지형의 재편을 뜻한다. 지금의 성과를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이 분명해야 하는 이유다.

첫째, 발전 설비 산업을 에너지 안보이자 산업 안보의 관점에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보고, 기술 고도화와 수출 금융, 외교적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둘째, LNG 설비를 탄소 감축과 대립되는 과거 산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고효율·저탄소 전환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승자독식 구조가 굳어지기 전에 중견·중소 협력사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공급망이 취약해지면 호황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픽 : 노트북LM
그래픽 : 노트북LM

전력은 이제 단순한 공공재가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생산 인프라다. 그 인프라를 만드는 설비 산업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은 한국 산업에 분명한 기회다. 다만 이 기회가 일시적 실적 개선에 그칠지, 새로운 수출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을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전력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K-발전 설비’가 진정한 전략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과 산업 전략이 함께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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