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삼성전자는 AI를 얹은 스마트폰과 가전 간 통합 강화를 통해 독자 AI 생태계를 확산하는 방식의 전략적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강점인 디바이스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성공 방정식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러 파괴적 혁신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은 내부 회의에서 "모바일과 가전을 동시에 아우르며 AI 연결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삼성이 추구하는 AI 전략 방향성이 맞다"고 자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가전에 AI를 접목한 현재 전략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고, 향후 고객들에게 AI 기반 연결성과 차별성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보여 주느냐가 관건"이라며 AI 시대에 올라탈 것인지, 휘둘릴 것인지 기로에 선 상황으로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플랫폼으로 스마트폰·TV·가전을 하나로 묶는 AI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AI 가전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싱스에 연결돼 원격 제어·자동화·에너지 관리까지 지원한다. 개인 맞춤형 멀티 디바이스 전략에 따른 '락인 효과'로 브랜드 이탈 비율을 낮추고 고객 정보를 확보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만 AI 시대를 견인하기 위한 테크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디바이스 간 통합 중심의 AI 전략은 중국 등 경쟁국 대비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리서치가 개발해 지난 2023년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는 회사 내 업무와 일부 제품 기능·서비스 구현에 활용되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적용 모델과 활용도는 베일에 싸여 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삼성은 AI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혁신'보다 '관망'을 택했다"며 "반도체 호황으로 메모리 독점 우위를 점하면서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좋아졌지만 AI 시대를 잘 만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챗GPT 확산으로 키워드 검색 시장이 흔들리자 AI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검색 광고 수익이 흔들릴 위험에도 불구하고 '제미나이' 개발로 시장 판도 뒤집기에 성공했다. 기존 수익 근간을 스스로 흔드는 파괴적 혁신이었다는 평가다.
최 교수는 "구글 사례처럼 기존에 잘하던 분야를 죽이더라도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대"라며 "삼성은 메모리 경쟁력으로 어부지리 효과를 누리지만, 구글이 자체 설계한 텐서프로세싱유닛(TPU) 개발 등의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고 여전히 팔로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삼성은 소프트웨어 성공 사례가 없다. 잘하던 디바이스 기반에 AI를 접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구글이나 오픈AI 등이 자사 AI 기술을 접목한 독자적인 디바이스를 내놓으면 삼성이 주도하던 시장 판도 역시 급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교수는 "디바이스 경량화와 성능 향상이 동반되면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른 디바이스의 출현이 삼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 스크린 의존도가 줄고 로봇·이어폰이 주도권 잡을 수 있다. 또는 현대차 로봇처럼 스마트홈 혁신이 본격화하면 삼성 가전이 종속될 위험도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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