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쏟아지는 反기업법, '글로벌 대응 동맹' 필요한 해

"올해도 반(反)기업법과 싸우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상법 개정 1·2·3차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재계 곳곳에서 이 같은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오는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은 원청 노조가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사용자로 간주해 교섭·책임 범위를 대폭 넓힌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임금·근로시간뿐 아니라 구조조정, 사업 통폐합까지 쟁의 대상이 확대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크게 제한된다. 노동계는 "20년 투쟁의 결실"이라며 환영하지만 기업들은 "노사 갈등의 룰을 바꿔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지적한다. 

재계에선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관계가 올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기준이 소송 남발과 투자·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면서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주 4.5일제 도입 본격화도 기업엔 부담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주 4.5일제 도입 지원 시범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의 핵심으로 주 4.5일제와 AI 기반 생산성 지원 사업에 936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심야노동·장시간노동 관행을 깨고 건강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진전"이라고 기대를 걸지만 기업들 시선은 복잡하다. 이미 고환율과 미국발 관세 등 대외 변수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 인력 충원이나 설비 투자 없이 근로시간만 줄면 인건비 부담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호소가 잇따른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AI·자동화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기준으로 한 정책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1·2차 상법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3차 상법 개정안도 이달 중 국회 처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이어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규제' 하나가 아니라 법·제도가 겹겹이 중첩되는 구조다. 노란봉투법으로 노사 분쟁 리스크가 커지는 와중에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과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고, 주 4.5일제로 인건비와 인력 운용 부담이 늘어나는 식이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공급망 재편, 고금리·고환율 등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정작 싸워야 할 상대는 글로벌 경쟁자가 아니라 국내 법·제도"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제단체들은 "1·2차 상법 개정안도 아직 현장에 안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을 포함한 3차 개정까지 밀어붙이면 기업들이 경영 전략을 세울 여유가 없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한다. 노조 권한 확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시행 시기와 예외 규정을 촘촘히 설계하지 않으면 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21일 경영계와 공식 간담회를 열고 노란봉투법 지침과 관련해 노사 간 협의를 위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 이해관계를 두고 평행선이 이어지는 만큼 최소한 시행령·가이드라인·경과 규정에서라도 기업들의 우려를 어느 정도 흡수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재계가 고환율·관세·기술 패권 경쟁에 맞서는 '글로벌 대응 동맹'을 위해 손발을 맞추지 못한다면 쏟아지는 반기업법이 결국 한국 기업과 일자리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산업부
산업부 이효정 차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